중국 공유주거 스타트업 '유플러스'...400개 커뮤니티가 힘
90년대생 일컫는 '주링허우'...예비창업자 네트워킹이 목적
샤오미 IoT 기술로 '작은 생태계' 구현...45세 이상은 입주 불가

지난 8일 베이징 하이뎬구 유플러스(YOU+).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인근에 위치한 이곳엔 대학생, 화가, 블록체인 창업자 등 400여명의 청년이 거주하고 있었다. 1층 회의실에선 삼삼오오 모여 사업을 구상하거나, 온라인 사이트를 관리하는 등 각자 일을 하느라 분주했다.

오후 8시가 되자 1층은 파티장으로 변했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음악동호회', 마당에서 열심히 운동 중인 '농구동호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애견동호회' 등 서로 웃고 즐기며 친목을 쌓았다. 칭화대에 다니는 황칭(29)씨는 "개를 키울 수 있고 입주자들과 가족처럼 지낼 수 있어 좋다"며 "애견동호회에서 10~12명이 활동중"이라고 했다.

리우양 유플러스 창업자는 8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에 유플러스에서 제2의 마윈이나 레이쥔 같은 인물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주거 형태로 떠오른 공유주거(Co-living). '위워크·패스트파이브' 같은 공유오피스에 주거 개념을 더했다. 중국에선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시대 이후에 태어난 '주링허우(90년대생)' 세대를 중심으로 공유주거 열풍이 불고 있다. 이들은 창업에 대한 열망이 크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안정된 삶보다 도전을 선택한다. 유플러스는 이를 파고들었다. 특히 '베이피야오(시골에서 도시로 상경해 떠도는 외로운 중국 청년)'가 타깃이다.

한국에서도 '커먼타운' 등 공유주거 형태가 생겨나고 있지만 그와는 성격이 다르다. 유플러스의 핵심은 커뮤니티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이다. 중국 9개 도시에 5000개의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유플러스엔 400개의 커뮤니티가 있다. 이들은 친분을 쌓고, 서로 사업 파트너가 된다. 아플 때는 서로를 보살피는 가족이 되기도 한다.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하는 정시시(22)씨는 "1~2년 일해서 경험을 쌓은뒤 창업을 하고 싶어 유플러스에 들어왔다"며 "아플때 입주자들이 약도 사다주고 걱정해줘서 고마움이 크다"고 했다.

◇샤오미가 170억원 투자…'주거+스타트업' 창업인큐베이터 역할

유플러스는 샤오미 레이쥔(雷军) 회장이 2011년 설립한 슌웨이펀드(顺为资本)로부터 약 1억 위안(한화 약 170억원)을 투자받았다. '샤오미 아파트'로 불리는 이유다. 샤오미의 IoT 기계로 전기·수도·난방·TV 등이 작은 생태계처럼 연결돼 있다. 레이쥔 회장은 "중요한 건 커뮤니티"라며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은 거주 공간과 문화"라고 했다.

베이징 유플러스 주거공간

실리콘밸리의 '큰손' 유리밀러가 이끄는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DST)와 미국 유명 사모펀드 콜로니 캐피탈(Colony Capital)도 유플러스에 투자했다. DST는 중국 1위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투자자로도 유명하다.

리우양 유플러스 창업자는 "유플러스에서 1억달러(한화 약 1100억원) 가치를 지닌 벤처가 다섯개 탄생했다"며 "미래에 유플러스에서 제2의 마윈이나 레이쥔과 같은 인물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전자칠판처럼 쓰는 TV를 개발한 맥스허브도 유플러스에서 창업에 성공했다.

◇입주 경쟁률 20대 1...45세 이상·아이 있으면 입주 거절

유플러스 한달 임대료는 약 40만~80만원. 주변 오피스텔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하지만 헬스장·사무실·네트워킹룸·커피숍·회의실 등 다양한 공간을 쓸 수 있어 젊은이 사이에 인기가 높다. 입주 경쟁률은 약 20대 1. 높은 경쟁률을 뚫은 예비 창업가, 학생들만 입주할 수 있다.

베이징 유플러스 공유 네트워킹룸

유플러스 입주조건은 까다로운 편이다. 20~40대 다양한 연령이 입주할 수 있지만 45세가 넘으면 입주가 거절된다. 부부는 입주할 수 있지만, 아이가 있으면 입주할 수 없다. 또 창업 후 직원 수가 20명을 넘으면 퇴실해야 한다.

가장 특이한 조건은 이웃과 화합이 안 되는 사람은 입주 불가 대상이라는 것이다. 반년마다 이뤄지는 인기투표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입주자는 퇴실 대상이다. 반대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입주자는 임대료를 면제해 준다. 한달 이상 살았으면 10명 이상의 친구를 사귀어야 하고 석달에 한번 이상 커뮤니티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철저히 커뮤니티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는 베이징 유플러스 입주자 모임

베이징외국어대학에 진학중인 장성곤(25)씨는 "주거환경 뿐만 아니라 여가활동 즐기기에 좋고 다국적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유플러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고기찬(20)씨도 "중국 대학은 한국의 동아리같은 커뮤니티가 제대로 구성돼 있지 않은데, 유플러스는 중국의 젊은 창업자들과 가족처럼 지낼 수 있다"고 했다.

유플러스는 연내 한국에 진출할 계획도 세웠다. 8만명에 달하는 중국 유학생과 예비창업자를 위해서다. 2020년까지 주거공간을 4만5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리우양 창업자는 "중국에서 벗어나 글로벌 사업을 확대할 예정으로 한국에 첫 지점을 낼 계획"이라며 "이를위해 한국 파트너사와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