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기미 안보인다"…경제학계 이구동성

경기가 장기간 하강국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침체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와 3~6개월 후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 선행지수가 통계 작성 후 최장기간인 9개월 연속 동반하락하고 있어, 이 같은 우려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동행, 선행지수의 동반하락은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하강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기국면이 경기저점을 찍은 후 서서히 회복되는 'U자형'보다 'L자형'에 가까운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성장둔화, 유로존 경기부진 등으로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는 점도 이같은 전망을 거들고 있다. 저성장이 장기침체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 신선대 수출부두.

◇"경기 반등 가늠하기 어렵다"…비관론 확산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3월 100.6을 기록한 이후 11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지난 2월에는 98.7까지 후퇴했다. 3~6개월 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지난해 5월(100.5)이후 지난 2월(98.3)까지 9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동행·선행지수가 전례없이 장기간 하락하자 경기저점을 언급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경기가 어디까지 하강할 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10년간 잠재성장률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과 일반적인 경기침체가 섞여서 경기를 이례적으로 장기간 하강국면으로 이끌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경기가 어느시점에 저점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설 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회복 국면이었던 세계 경제가 올해들어 급격히 성장둔화로 돌아선 것도 한국 경제의 회복기 진입을 자신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3%로 내려갔다.

반도체 가격 조정으로 인한 수출 둔화로 경기 하방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가 겹쳐 회복세가 더욱 더뎌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달 말 발표되는 1분기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이 다섯 분기만에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가 나올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장의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 특성상 세계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나홀로 회복'을 나타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기동행지수 및 선행지수 추이(단위: 포인트, 자료: 통계청)

◇"L자형'에 가까운 경기흐름 예상…"재정확대·구조개혁" 주문

전문가들은 경기가 저점을 찍은 후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서는 'U자형'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하강국면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기회복이 나타난다고 해도 회복강도가 미약하기 때문에 'L자형'에 가까운 '아주 완만한 U자형' 경기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과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의 충격으로 경기가 급격히 꺾였지만, 이번에는 산업구조 노후화 등 내부 구조 문제로 경기가 서서히 가라앉는 측면에서 차이점이 있다"면서 "경쟁력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성과를 내야 회복세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하강이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하강이 오랫동안 진행될 것이라는 공통된 전망을 갖고 있었지만, 처방전은 달랐다. 하준경 교수는 "경기가 장기간 하강하고 있기는 하지만 진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재정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세계경제가 둔화되고 있지만 재정확대 등 경기부양을 강력하게 사용하면 하반기쯤에는 회복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현욱 실장은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조개혁이 지연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표 수치에 일희일비하면 침체국면이 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책 목표를 신성장 산업육성을 통한 제조업 가동률 제고, 생산능력 상승 등에 맞추고 규제개혁 등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