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삼성전자가 짓고 있는 화성캠퍼스 EUV 전용 라인 전경. 회사 측은 2020년부터 공장을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16일 EUV(극자외선) 노광 기술을 이용해 5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또 이달 중 7나노 제품을 출하하고 올해 안에 6나노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를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근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의 일환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파운드리를 비메모리 사업으로 분류하는 것은 이곳에서 주로 CPU(중앙처리장치), AP(모바일프로세서), 통신·이미지센서 반도체 같은 비메모리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메모리(저장용) 반도체 시황 악화에 따라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줄어든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5일 잠정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 토막 수준인 4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삼성전자의 메모리·비메모리 매출 비중은 2대 1 정도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장 수급에 따라 부침이 심한 메모리와 달리 비메모리 사업은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시장 규모가 전체 반도체 시장의 3분의 2 정도로 크고, 반도체 장비, 디자인, 패키징 등 다양한 전·후방 산업을 함께 육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비메모리 육성 방침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말했다.

◇ 5나노로 누가 먼저 양산하나, 업계 1위 TSMC와 경쟁

삼성전자가 개발한 5나노 공정은 기존 7나노 공정 대비 전력 효율을 20%, 성능을 10% 각각 향상시킨 것이다. 5나노 수준의 미세 회로를 그리기 위해 파장의 길이가 기존 대비 14분의 1 수준인 EUV 공정을 활용해 세밀한 반도체 회로 구현을 할 수 있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지난 10월 7나노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힌 지 6개월 만이다.

그래픽=박길우

이 같은 초미세 공정은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만 할 수 있다. TSMC는 5나노 공정 개발을 마치고 올해 2분기 중 5나노 공정을 활용해 시험 생산에 들어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TSMC와 삼성전자 중 누가 먼저 5나노 공정으로 양산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세공정화될 수록 칩 크기는 줄어들고 전력 소모도 줄어든다"면서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Fabless) 고객사 입장에서는 좋은 제품을 주문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기준으로 TSMC에 이어 점유율 19.1%로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신 파운드리 생산시설인 화성캠퍼스 S3 라인에서 EUV 기반 최첨단 공정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가 하면, 6조원을 들여 화성캠퍼스 EUV 전용 라인을 건설 중이다. 회사 측은 2020년부터 EUV 전용 라인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성 EUV 라인에서는 최신 7나노 공정으로 AP, 모뎀, 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비메모리 반도체가 생산될 것"이라면서 "특히 5세대(G) 이동통신 상용 서비스가 시작됐고 아직 5G 모뎀칩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삼성전자, 퀄컴, 화웨이 정도여서 삼성전자의 모뎁칩 수주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 프로세서·이미지센서 비메모리 직접 만들어 ‘쌍끌이’

그래픽=박길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외에도 직접 비메모리를 만들고 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즉 모든 제품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시대가 열리면 고성능 반도체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원래 잘하고 있는 메모리 외에도 시장이 크고 대량으로 잘할 수 있는 프로세서나 이미지 센서 등 비메모리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AP 시장에서 전체 12% 점유율로 퀄컴, 미디어텍, 애플에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미지센서에서도 소니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디스플레이구동칩(DDI), IC칩 등에서는 삼성전자가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