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15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전교조를 합법화하고 해고자 노조 가입, 5급 이상 공무원 노조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다. 경영계가 요구한 단체협약 유효 기간 연장(최장 2년→3년), 파업 시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도 포함됐다. 그러나 핵심 요구 사항인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부당 노동 행위 사업주 형사 처벌 폐지가 제외돼 경영계가 반발하면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는 현행 노동 관련 법 가운데 해당 협약과 상충되는 내용을 개정해야 한다. 권고안은 노사 합의안을 만들지 못해 경사노위 산하 '노사 관계 제도 및 관행 개선 위원회' 공익위원들이 마련한 방안이라는 뜻이다. 공익위원들은 경영계의 핵심 요구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 "단체행동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경영계는 "노동계에 일방적으로 편향된 권고안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이 권고안에 대한 노사 합의를 시도할 경사노위 운영위원회나 국회 입법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15일 발표한 공익위원 최종 권고안을 바탕으로 노동계와 경영계의 추가 합의를 시도한 뒤 국회에 입법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ILO 회원국이 됐지만, 해직자와 공무원의 노조 가입 허용 등 단결권 관련 협약을 비롯해 핵심 협약 일부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 해고자와 실업자, 5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현행 노조법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ILO 핵심 협약 비준을 100대 국정 과제에 포함시켜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계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경영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경영계 핵심 요구 2가지 모두 제외
경사노위가 내놓은 권고안의 핵심은 해직자·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현행 노조법(제2조 4호)을 개정해 이들의 노조 가입이나 활동을 허용하라는 것이다. 6급 이하와 일부 직종만 가능하게 돼 있는 공무원의 노조 가입은 모든 직급으로 확대하고, 소방관의 노조 가입도 허용하도록 했다. 또 해직된 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정부가 '노조 아님'이라고 통보할 수 있는 권한도 사실상 폐지하라고 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실행될 경우 노조의 단결권이 강화돼 노동계의 힘이 강해지게 된다. 경영계는 "노동권이 강해지는 만큼 경영계의 방어권도 균형 있게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부당 노동 행위 사업주 형사처벌 조항 폐지, 파업 시 노조의 직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 기간 연장을 포함해 네 가지 정도를 요구했다.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현행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데 일방적으로 노동계 쪽으로 기울어진 방안으로는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경사노위는 작년 11월부터 경영계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노동계가 "수용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이 문제를 담당한 노사관계제도 및 관행개선위원회의 공익위원 7명 가운데 박수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정부 추천 위원 4명이 경영계를 직설적으로 비난하는 등 친(親)노동 성향을 보이면서 경영계의 반발만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 추천 공익위원들이 중재자 역할 대신 노동계 편을 들면서 경사노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경사노위 무용론까지 불거지나
박수근 노사관계제도 및 관행개선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종 권고안에 대해 "균형 있고 합리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자평했지만, 경영계는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핵심 요구 사항인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부당 노동 행위 시 형사처벌 폐지가 제외돼 사실상 경영계 요구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대체 근로 허용은 사용자의 영업 자유와 노동권에 대한 균형 보장을 위해 필수적이고, ILO 핵심 협약을 비준한 나라 대부분은 우리나라처럼 대체 근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있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권고안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노동계 입장에 경도됐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해고자나 실직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은 세계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 노사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경제계 인사는 "작년 11월 1차 권고안 발표 이후 경영계 요구를 반영해 준다고 5개월이나 협상을 했는데 결국 '빈손'으로 끝난 것"이라며 "경사노위 무용론이 나와도 할 말이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