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용품 기업 무인양품(無印良品)이 한국에서 매장을 늘리면서 세를 확대하고 있다. 유행을 타지 않는 간소한 디자인을 내세운 무인양품은 집 꾸미기와 라이프스타일에 관심 많은 20~30대의 입소문을 타고 급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무인양품의 매출은 1378억원으로 전년 대비 25.8% 증가했다. 2003년 한국 진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0% 늘어난 76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5년 562억원, 2016년 786억원, 2017년 1095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2015년 15개였던 점포 수도 지난해 말 35개(온라인 1점포 포함)로 늘었다.

그래픽=김란희

1980년 일본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유(SEIYU)의 자체브랜드(PB) 제품으로 출발한 무인양품은 생활잡화, 의류, 식품, 가구, 문구 등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전문점으로 거듭났다. 취급하는 품목만 7000여개다. 무인양품은 1989년 세이유에서 독립, 1995년 상장을 거쳐 지금은 28개국에서 매출 3000억엔(약 3조원) 이상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무인양품은 간결하고 소박한 디자인으로 국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장식, 무늬, 색상 등을 최소화한 무색·무취 디자인이 무인양품의 특징이다. ‘소비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아니면 전부 뺀다’는 회사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가나이 마사아키(金井政明·60) 무인양품 회장은 "디자인이 없는 게 우리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 무인양품 온라인 판매 1위 제품인 ‘발 편한 운동화’

제품의 개성을 줄이는 대신 무인양품은 대다수의 소비자가 만족하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실용성을 강조한 제품을 만든다. 필기하기 편하도록 평평하게 펴지는 노트, 물이 스며들지 않는 운동화, 조명 인테리어와 방향제로도 활용이 가능한 가습기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국에도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무인양품의 철학도 주목 받고 있다.

특히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무인양품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현재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무인양품·무지 관련 게시글만 30만개가 넘는다. 직장인 전모(35)씨는 "무인양품 제품은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실용적이고 디자인이 무난해 오히려 손이 자주 간다"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무인양품 매장

매장을 서점, 카페, 백화점 숍인숍(shop in shop·매장 내 매장) 형태로 만들어 접근성과 소비자의 구매 편의를 높인 것도 무인양품의 전략이다.

지난해 말 무인양품은 서울 영풍문고 종각 종로본점 내 총 면적 1606㎡(502평)의 국내 최대 규모 매장을 열었다. 서점과의 경계선을 없애 누구나 찾는 편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했다. 매장 내 카페와 쉴 공간도 운영한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신촌점에도 카페와 서점을 입점시켜 문화생활을 골고루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세심한 공간 전략을 기반으로 전방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게 무인양품의 목표다. 일본에서는 매장 내 신선식품을 파는 슈퍼를 강화한 매장을 선보였고, 중국에는 무인양품 디자인과 가구, 생활용품 등으로 채운 ‘무지호텔’을 선보였다.

강력한 국내 유통망을 갖춘 롯데그룹과 손잡은 것도 무인양품이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2004년 설립된 한국법인 무지코리아는 롯데상사와 일본 본사가 지분을 각각 40%와 60%를 보유한 합작법인이다.

무인양품은 올해 수도권 외 지방 상권도 공략한다. 무지코리아 관계자는 "올해는 지방을 중심으로 10개 점포를 추가하고 2020년까지 대규모 무인양품 플래그십 스토어를 최대 20개 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