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도 사모펀드 성과보수 받을 수 있는 규정 신설
투자자 수익률 낮아질 우려…당국 "기존 수수료 인하" 검토

펀드 투자자가 펀드를 설계한 자산운용사 뿐 아니라 펀드 판매사인 증권사·은행에도 사모펀드 성과보수를 지불하도록 규정이 바뀌자 논란이 일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펀드 수익이 나도 여기 저기에 떼어줘야 하는 돈이 늘어나 펀드 수익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펀드 수익률에 기여한 게 없는 판매사가 성과보수를 받아갈 이유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은 판매사가 투자자로부터 성과보수를 받는 경우 판매보수나 판매수수료를 낮추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14일 "펀드 판매사의 성과보수 수취와 관련해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성과보수 수취를 유보해달라고 금융투자업계에 부탁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금융위는 ‘자산운용산업 규제 개선’ 계획을 발표하며, 투자자문업을 겸영하는 판매사가 투자자문 계약을 별도로 체결한 경우 성과연동형 자문보수를 수취할 수 있다는 점을 법령해석 형식으로 명확하게 했다.

조선DB

일반적으로 투자자가 사모펀드에 투자할 때 판매사에는 판매수수료, 운용사에는 성과보수를 지불한다. 평균적으로 판매수수료는 납입 금액의 1~2%, 성과보수는 수익의 10~20% 정도로 책정된다. 대신 운용사는 펀드를 팔아 준 판매사에 판매보수를 제공한다. 즉 판매사가 사모펀드를 판매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투자자가 내는 판매수수료, 운용사가 지급하는 판매보수 등 두 가지에 국한됐다.

자본시장법 제76조 제4항은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가 펀드 판매와 관련해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를 받는 경우 운용실적에 연동된 보수는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같은 법 제249조의8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에 대한 특례'에 따라 사모펀드는 예외 적용을 받는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같이 상충된 법 조항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고, 지난달 금융위는 판매사가 성과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판매사가 좋은 펀드 상품을 투자자에게 추천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번 법령 해석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한 금융투자업계는 성과보수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에 앞서 유권해석을 통해 판매사의 성과보수 수취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 이미 고액자산가를 주요 고객층으로 하는 클럽원센터에서 일부 사모펀드 상품에 대해 성과보수 계약을 넣어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 외에 아직 성과보수 계약을 체결한 판매사는 없지만 많은 증권사, 은행이 도입을 검토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사모펀드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수익률에 판매사가 기여한 바가 전혀 없는데도 결실을 나눠가져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결과적으로 투자자 펀드 수익률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 "펀드 판매에 따른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펀드 추천 근거나 기준이 정확하게 제시돼야 하는데 지금 판매사들은 극히 한정된 정보로 접근하고 있어 사실상 투자가 아닌 투기를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은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이미 법령 해석이 내려진 사안이라 판매사들이 바로 성과 연동형 보수를 도입할 수 있지만,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오기까지 도입을 유보해 달라고 당부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판매사가 성과보수를 수취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로부터 수취했던 기본 보수를 일정 수준 낮추는 것이 맞다고 보고 관련 업계와 협의해서 세부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방안을 언제 내놓을 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