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박삼구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담보로 맡기는 대신, 신규 자금 50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자금 지원을 받고도 향후 3년간 경영 정상화를 하지 못하면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을 다른 곳에 매각해도 좋다는 조건을 달았다.

산업은행은 9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구계획안을 제출받고 이 내용을 10일 공개했다. 박삼구 회장의 아내와 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13만3900주(4.8%)를 채권단에 추가로 담보로 제공하는 대가로 5000억원을 지원해달라는 게 핵심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 등'으로 돼 있다. 박삼구 회장 일가 등이 지주회사 격인 금호고속의 대주주로 있으면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형태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박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금호고속 지분 42.7%는 이미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에 대한 대출의 담보로 잡고 있다. 즉, 금호 측 제안은 박 회장 아내와 딸 지분까지 추가해 오너 일가의 지분 전체를 담보로 내놓을 테니 경영 정상화 시간 3년과 긴급자금 5000억원을 달라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박 회장 아내와 딸 지분 4.8%의 가치는 140억원 안팎 정도로 보고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각종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했고, 박삼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의 모든 것을 걸고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금호 측 제안을 시장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를 감안해 채권단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