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손잡지 않으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정말 다 죽는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 행사에 쌍용자동차의 신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뷰티풀코란도가 전시돼 있다. 최종식 전 쌍용차 사장은 퇴임 하루 전날인 이날 마지막 외부 일정으로 행사장을 찾아 자신의 임기 내 마지막 신차인 뷰티풀코란도가 서울모터쇼에 전시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42년간 자동차 업계에 몸담았던 최종식(69) 쌍용자동차 전 사장이 퇴임을 앞둔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퇴임했다. 최 전 사장은 "기업이 죽어버리면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고용 안정, 임금 인상 등이 가능하겠느냐"면서 "노조 동의가 없더라도 시장 변화에 따라 자유자재로 생산량을 늘리고 줄이는 체제를 만들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자동차산업 격변기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일본 등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달리 인기 있는 차량이라도 노조 허락 없이는 회사가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우리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16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 새로운 노사 관계 덕분

그는 1977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자동차 산업에 발을 디뎠고 경영관리 실장, 기획실장, 미국판매법인장 등을 역임했다. 2010년 쌍용차 영업부문장으로 영입된 그는 2015년 대표이사에 올라 백척간두에 놓여 있던 쌍용차를 일으켜 세웠다는 평을 듣는다. 최 전 사장은 '1년 1신차 출시 전략'을 추진했는데 티볼리 에어, G4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뷰티풀 코란도 등이 잇따라 성공해 지난해에는 국내 자동차 판매량 3위(2016년 5위)까지 뛰어올랐다. 지난 분기 내수 판매량은 16년 만에 1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쌍용차는 여전히 적자이기 때문에 만족할 성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종식 전 쌍용자동차 사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노사가 협력하지 않으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다 죽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휘청거리던 쌍용차가 그나마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비결로 "새로운 노사 관계를 정립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쌍용차는 최 전 사장 임기 동안 3번이나 전환 배치를 했다.

전환 배치는 A생산 라인에 있던 근로자들을 B생산 라인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라인 배치는 노조에 일종의 성역과 같아서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최 전 사장은 "10~20년간 손에 익은 일만 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티볼리가 잘 팔렸을 때는 렉스턴 만들던 근로자들이, 렉스턴이 잘 팔릴 때는 코란도 근로자들이, 올해 신형 코란도를 출시했을 때는 투리스모 근로자들이 이동하는 식으로 전환 배치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민주노총에서 탈퇴했다. 이 같은 탄력적인 대응 덕분에 쌍용차 내수 판매량은 최 전 사장 취임 당시인 2015년 9만9000여대에서 지난해 10만9100여대로 늘었다.

생산성 향상은 빠진 임금 협상 문화 바뀌어야

그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로 임금 협상 문화를 꼽았다. 최 전 사장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매년 생산성 향상 없이 임금 협상을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임금이 오르면 생산성도 당연히 올라야 하는데 생산성은 그대로인데 임금만 올려달라니 제조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독일 폴크스바겐과 일본 도요타에서는 노조가 생산성을 올린 합리적 범위 내에서만 매년 임금 협상을 하고 있고 미국 GM과 이탈리아 피아트는 4년에 한 번 협상을 한다.

그는 "폴크스바겐이나 도요타보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 근로자들의 1인당 임금이 더 높지만 생산성은 20~30% 떨어진다"고 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1인당 평균 연봉은 9072만원으로 폴크스바겐(8303만원), 도요타(8390만원)보다 높다. 그러나 자동차 1대 생산에 우리나라는 26.8시간이, 도요타는 24.1시간이 소요됐다. 그는 "생산성이 올라간 만큼만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라며 "이런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했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해 임금 협상에서 기본급 동결에 합의했다. 그는 "여전히 회사가 적자에 빠져 있다는 것을 노조도 인식하고 협조했다"고 말했다.

쌍용차, SUV 전문 브랜드로 특화해야

그는 쌍용차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문 브랜드로 특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최 전 사장은 "쌍용차가 현대·기아자동차처럼 판매량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소량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쌍용차가 살아남는 방법은 누구나 쌍용차 이름만 들으면 SUV 전문회사라고 떠올릴 수 있도록 브랜드를 만드는 것뿐"이라고 했다.

최 전 사장은 "쌍용차는 2009년 법정관리까지 가며 직원 2300여 명을 내보내는 아픔을 겪었었다"면서 "최고경영자(CEO)로서 남기는 마지막 부탁이자 지시는 앞으로는 파업을 하지 말고 고객만 바라보면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사가 한 발짝씩 양보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