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에서 판매한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임블리는 소셜미디어에서 유명세를 떨친 임지현(31)씨가 만든 쇼핑몰이다. 임블리는 호박즙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임블리 인스타그램 계정에 '호박즙에서 이상한 맛이 난다' '곰팡이가 나왔다' 등의 문제를 제기하자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 전환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임블리는 지난 5일 사과문과 함께 "해당 제품의 전량 환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SNS)를 기반으로 제품을 사고파는 시장에서 제품 사기, 환불 거부, 불량 제품 배송 등의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일명 'SNS마켓'을 통한 거래에도 소비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현재로선 시장 규모 파악조차 어려워 정부도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 위협 '1인 마켓' 부상했지만…소비자 피해 속출

소셜미디어는 최근 몇 년 사이 전통 유통채널을 위협하는 새로운 쇼핑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과거에는 상점을 보유한 유통업자가 시장을 주도했으나 현재는 개인이 추천하거나 기획한 상품을 사고파는 '1인 마켓'의 영향력이 커졌다. 인터넷 쇼핑몰과 달리 별도의 등록절차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팔 수 있어 몇 년 사이 시장이 급성장했다.

SNS마켓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많은 팔로워(구독자)를 거느린 인플루언서(influencer·소셜미디어 유명인)가 자신의 이름을 붙인 식품, 의류, 화장품 등의 판매를 시작하면서 활성화됐다. 구독자들은 평소 이들의 콘텐츠를 좋아하는 '팬'이기 때문에 인플루언서가 홍보·판매하는 제품도 적극적으로 구매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끈 브랜드가 백화점에 역으로 입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스타마켓에서 판매되는 품목은 식품부터 의류, 화장품, 가전제품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영세 사업자가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규제받지 않은 개인 간 거래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 판매자들이 전문성이나 기술력보다 인플루언서의 팬층과 이미지에 의존하다 보니 소비자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가 지난해 11~12월 4000명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쇼핑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소셜미디어 쇼핑 이용자의 30%는 환불·교환 거부, 연락 두절, 배송지연, 제품불량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통한 쇼핑 피해가 급증했는데, 지난해 접수된 인스타그램 쇼핑 피해는 총 144건으로 피해 금액만 약 2700만원에 달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마켓의 폐쇄적인 거래 환경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임블리처럼 사업 규모를 키운 인플루언서는 주문과 결제를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 담당하고 제품 홍보만 인스타그램에서 하지만, 규모가 작은 영세 사업자는 주문부터 결제까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처리한다. 판매자가 사업자등록 등을 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SNS마켓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대부분 공동구매 형태로 이뤄진다. 주문은 비공개 댓글이나 1대1 메시지로 진행된다. 주문을 넣은 소비자가 계좌입금으로 금액을 지불하면 판매자가 제품을 소비자의 집으로 배송해주는 구조다. 온라인 쇼핑몰보다 정보 비대칭성이 크고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회초년생 이모(27)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마음에 드는 구두를 발견해 주문했는데 집으로 배송된 구두가 사진과 달라 환불 요청을 했으나 주문 수량에 맞춰 제작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환불이 안 된다는 답변만 받았다"면서 "이후 판매자로부터 계정을 차단당했다"고 말했다.

◇"규제 필요하다" vs "이커머스 성장 저해" 의견 엇갈려

현재로서는 판매자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1인 마켓'의 거래가 신용카드가 아닌 계좌이체로 이뤄지고 있어 시장 규모 파악부터 쉽지 않다. 국회는 지난해 9월 SNS마켓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소관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온라인 개인마켓 세원관리방안 연구'에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은 가입자의 전자적 통신 기능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 상거래를 위해 마련된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에 계정 주인이 이를 활용해 판매에 나서는 것까지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미디어가 아직 개인 공간의 특성이 강해 온라인 쇼핑몰처럼 법적인 제재를 하기도 모호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섣부른 규제가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SNS마켓은 소비자가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거래를 하는 시장"이라면서 "정부가 규제를 만들기보다 불량 판매자를 감시하는 전담팀을 꾸리는 게 이커머스 생태계 활성화와 소비자 피해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