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사업 접거나 매각 전망 뒤엎고 가전·카메라와 통합
"5G 때문에 숨겨서라도 끌고 간다"

소니가 4월 1일부터 모바일 부서를 TV, 오디오, 카메라 제품 부서와 통폐합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니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는데, 전자업계에서는 소니가 부진한 ‘엑스페리아’ 스마트폰 성적을 숨길 수 있게 된 것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소니는 영상 제품·솔루션(IP&S), 홈엔터테인먼트·사운드(HE&S),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등 3개 사업부를 통합해 2019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다음달 1일부터 ‘전자 제품·솔루션(EP&S)’ 사업부로 개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비유하자면, 생활가전 부서와 모바일 부서를 통합한 셈이다.

신규 통합 사업부 담당 사장으로는 카메라를 맡아 온 이시즈카 시게키 사장이 선임됐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만우절을 앞두고 소니가 농담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만큼 ‘깜짝 조직 개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1년간 모바일 사업부 한 곳에서만 우리 돈으로 약 1조원이 넘는(9억4000만달러) 손실을 냈던 만큼 소니가 모바일 사업을 접거나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외신에서는 "소니가 지지부진한 모바일 부서 실적을 통합 부서에 숨겨 주주들로부터 매각 압박을 모면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렇다면 소니는 돈만 까먹는 모바일 사업부를 왜 ‘숨겨서라도’ 가져가려는 걸까. 전문가들은 전자기업들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5세대(G) 이동통신를 이유로 꼽고 있다. 류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5G 상용화가 임박한 만큼 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모바일 부서를 다른 잘 나가는 부서에 묻어서라도 끌고 가 보자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토토키 히로키 소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G는 모든 휴대용 기기를 클라우드에 연결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이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연구 역량 부서를 사내에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소니는 삼성전자나 화웨이·샤오미 같은 중국 경쟁업체가 선전하면서 그나마 믿고 있던 일본 내수시장은 물론, 유럽·중남미 지역에서 고전하고 있다.

소니는 스마트폰이 팔리는 일부 지역에서 영업·마케팅 화력을 쏟아붓는 ‘선택과 집중’ 식으로 비용을 50%가량 줄이고 2021년까지는 흑자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니는 애플과 샤프에 이어 점유율 8.6%로 3위에 올라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니가 지난해부터 샤프가 일본 내수시장에서만 스마트폰을 판매해 흑자를 보고 있는 전략을 참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하면 현지 맞춤을 위해 들어가야할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