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잡음 생기니 뒤늦게 조치" 불만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가 최근 일부 위원의 지나친 언론 활동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자위)에 강도 높은 윤리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특정 이슈에 대한 국민연금의 정책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위원이 언론에 흘려 미리 여론을 조성하는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금위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금위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2019년도 제3차 회의를 열고 기금위 산하 3개 전문위원회(투자정책·수탁자책임·성과평가보상) 소속 위원이 비밀유지 의무 규정을 위반할 경우 해촉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금운용 관련 위원회 위원의 공적 책임강화방안'을 논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논의는 최근 수탁자위가 대한항공(003490)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진보 성향 위원이 조양호 회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과도하게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수탁자위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와 책임투자 방향 등을 검토·결정하는 민간 전문가 기구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추천을 받은 일부 위원은 특정 기업에 대한 수탁자위 회의 내용을 언론에 낱낱이 제공하거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적는 방식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보도를 유도했다. 어떤 위원은 직접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 한쪽에만 도움이 되는 의견을 개진했다.

정부는 그간 기금위와 국민연금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에는 위원 해촉 규정을 적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 규정을 기금위 산하 3개 전문위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기금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그분들(수탁자위 위원)도 국민연금 의사결정이 최종적으로 결정될 때까지는 비밀준수 의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국민연금 의사결정과 관련된 모든 위원회 위원을 위촉할 때 이해상충 여부와 직무윤리를 사전에 진단하고 서약서도 받을 예정이다. 박 장관은 "지난해 도입한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코드)을 정착시키는 데 집중하고 국민연금의 장기수익률도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금위 논의 결과를 접한 경영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3월 주총 시즌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 기본 중의 기본인 비밀준수 의무 규정을 이제서야 적용하겠다니 기가 찬다"며 "정부가 국민연금 의사결정 시스템을 주먹구구식으로 만든다는 사실이 이번에 다 드러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