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보유지분 의결권을 위탁운용사가 행사
내년 주총 전까지 명확한 의결권 지침 마련해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국민연금의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위탁 자산운용사들에 위임하자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003490)사내이사 재선임을 막는 등 '국민연금발(發) 경영권 간섭'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힘을 제한하는 장치를 제안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2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공정거래실천모임, 서울대 경쟁법센터, 고려대 ICR센터,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확보한 기업이 297개에 달한 상황에서, 주주권 행사도 위탁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국민연금 국내 주식시장 투자 금액의 절반 가량이 위탁운용 형태"라며 "위탁운용사에 자산운용뿐만 아니라 주주권 행사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공정거래실천모임 등 주최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국민연금 주주권 위탁을 제안한 것은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과도한 영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 모범규준)에 입각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상황에서, 국민연금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며 "이제 '누가 감시자(국민연금)를 감시할 것이냐' 고민할 때가 됐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과도한 힘이 쏠리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국민연금이 보유한 일본 내 주식은 모두 위탁 운용이고, 의결권도 위탁운용사가 행사한다. 그 같은 방식을 통해 기금운용위원회 같은 역할을 맡는 기구를 없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규정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말을 목표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지침을 세세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지침 마련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내년 주주총회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충분히 구체적이고 예측가능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문제에 대해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향으로 행정지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거래상 지위 남용과 관련해 특고 문제를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거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정부는 고용노동부 규정에 의거해 특고 문제를 처리해왔는데, 공정위도 특고 문제에 나설 수 있도록 행정 지침을 바꿀 것"이라며 "조만간 이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고 범위도 산업재해보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준을 그대로 원용(援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법 내 '일감몰아주기' 조항 적용과 관련한 예규 제정에 대해 김 위원장은 "어떠한 행위가 일감몰아주기에 해당되는 지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예규를 준비하고 있다"며 "예규에 강행 규정을 넣어 공정위가 관련 사건을 자동으로 조사하게끔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