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전격 퇴진했다. 박삼구 회장은 이날 "회계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대표와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금호 측은 "박 회장이 27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만나 퇴진 문제를 상의하고, 아시아나의 신뢰 회복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도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금호 측이 경영 정상화 계획을 새로 제출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새로 맺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 감사를 받으면서 부실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재무 자료 일부를 제출하지 않았다가 규정 기간 내에 한국거래소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난 22일 관리 종목으로 지정돼 주식 거래가 이틀(22, 25일)간 정지됐다. 아시아나 측은 급히 재무 자료를 제출해 26일 주식 거래는 재개됐지만, 추가 부실이 드러나 주가는 4000원에서 3500원대로 10% 넘게 떨어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박 회장 퇴진 발표 직전까지 "(아시아나의) 기업 신용 등급이 하락해 회사가 조(兆) 단위 빚 상환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산은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정상화 계획을 다시 만든다는 메시지를 투자자들에게 주는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이익을 정상적으로 내는 회사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아시아나항공은 당분간 산업은행이 경영 건전성을 감독하고,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운영하는 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금호 측은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하고, 곧 외부 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