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당국이 제네릭의약품(복제약) 난립을 막기 위해 '약가 차등 제도'를 시행한다고 27일 발표했다. 대형 제약사들은 새 제도를 반기는 분위기인 반면, 중소 제약사들은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인 새 제도는 일괄적으로 동일 가격을 매겨온 제네릭 약값에 대해 차등을 두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앞으로 제약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하 생동성시험)을 실시하고,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해야만 제네릭 의약품 약값을 우대받을 수 있다. 또 제네릭 약 건강보험 등재 순서 상 20번 안에 들지 못하면 더 낮은 가격으로 약값이 책정된다.
이를 통해 제약사의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고 대내외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환자 안전 관리 강화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보건복지부의 시각이다.
기업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제도인 만큼 업계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날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정부가 산업계의 의견을 나름대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온 점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매출 상위 A제약회사 관계자는 "고품질 의약품 생산을 도모하고 제네릭 약의 난립을 막으려는 제도 취지에 공감하고, 기업으로서 가져야할 사업 방향성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새 제도에 대한 환영 입장을 표했다.
반면, 위탁 생산 사업과 복제약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 차지하는 B중소형 제약사 관계자는 "공동 생동성시험을 통해 복제약을 출시하는 것은 우리회사를 비롯한 중소제약사들의 주요 사업 전략 중 하나였다"며 "이렇게 정부가 조건부로 약가를 인하하면 힘없는 작은 회사로서 따라갈 수 밖에 없으나, 생산 라인에 영향을 미치고 수익도 크게 저하될 것"이라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제약사 간 극명한 온도 차는 세 제도가 제약업계의 구조를 바꿀 것이라는 관측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제네릭 약 생산 시 여러 업체들이 모여 비용을 분담해 함께 생동성시험을 해왔다. 이는 주성분·함량 및 제형이 동일한 두 의약품을 사람이 복용해 인체 내에서 동일한 효과를 나타냄을 입증하는 시험으로, 그동안 공동(위탁)시험에 참여하는 제약사 개수 제한이 없었다. 그 덕에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약을 출시할 수 있었다.
복제약 난립과 값싼 원료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당국이 제도를 손질해 이러한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즉, 사업 구조가 제네릭 중심인 중소 제약사들이 시장에서 힘을 잃을 것이고 개량 신약 개발 등에 역량을 지닌 대형 제약사들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깔려있는 것이다.
복제약 중심의 위탁생산사업을 영위하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정책 발표 이전부터 업계의 걱정이 많았다"며 "가장 우려했던 개별 생산라인 확보 조건이 빠졌으나, 회사마다 사정이 달라 법제화 과정을 지켜보자는 조심스런 입장"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생동성시험 대란'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월 식약처가 공동(위탁)생동성시험을 한시적으로 제한 실시한 뒤, 3년 뒤 완전 폐지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현장에서는 생동 대란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며 "정부는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부적인 내용들을 정하는데 있어서도 제약 산업계와 충분한 소통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복지부가 발표한 새 약가 방안은 2018년 발사르탄 사태 당시 제네릭 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후속 조치다. 작년 7월 고혈압약 중 발사르탄 원료 의약품에서 발암유발물질 불순물(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그 해 8월 174개 국내 고혈압약에 대해 판매 중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새 제도는 △'자체적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실시'하고,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는 2개 기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현재와 같이 오리지널 약(원조 의약품) 가격의 53.55%로 가격이 산정된다. 두가지 기준 중 1개, 0개만 충족할 경우, 53.55%에서 0.85씩 각각 곱해 가격이 매겨진다. 의약품 성분별 20개 품목 내에서는 건강보험 등재 순서와 상관 없이 이 같은 방식으로 가격이 산정된다. 반면, 건강보험 등재 순서 21번째부터는 기준 요건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최저가의 85% 수준으로 약가가 산정된다. 예를 들면, 21번째 제네릭은 20개 내 제품 최저가의 85%가 되고, 22번째 제네릭은 21번째 제네릭 가격의 85%가 된다. 즉, 21번째 부터는 등재순서가 늦어질 수록 약가가 낮아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