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한진칼 안건 심의…석태수 연임 찬반 결정
조양호 회장 겨냥한 정관변경 제안, 통과 가능성 낮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003490)이사 재선임안이 국민연금 반대로 부결되면서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180640)주주총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달리 한진칼의 경우 국민연금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힘들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사실상 조 회장을 몰아내기 위해 정관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또 석태수 한진그룹 부회장(한진칼 대표)의 재선임안에 반대한다고 해도 낙마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7일 오후 4시 30분부터 한진칼 안건을 심의할 계획이다.

이달 29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의 주요 안건은 크게 3가지다. 사측은 석 부회장 재선임안, 감사위원회 설치와 관련한 정관변경안을 제한했다. 국민연금은 이사자격과 관련해 '횡령·배임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이사는 결원처리한다'는 정관변경을 제안했다.

사측과 국민연금이 제안한 정관변경은 특별결의라는 점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이사선임안과 마찬가지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조양호 회장, 석태수 부회장

◇조양호 겨냥한 정관변경…통과 쉽지 않을듯

국민연금이 사실상 조양호 회장을 겨냥해 제안했던 이사자격 관련 정관변경은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앞서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통해 밝힌 정관변경안은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선고받을 경우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이다.

이 정관변경은 사실상 조양호 회장을 겨냥한 안건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17년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내년 3월까지가 임기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을 이사진에서 밀어내려면 자진 사퇴하지 않는 이상 정관변경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

현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만약 이번에 국민연금이 제안한 정관변경이 의결되고 추후 조 회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조 회장은 자동으로 이사진에서 물러나게 된다.

하지만 정관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이라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국민연금과 KCGI(강성부 펀드)가 찬성한다고 해도 안전하게 확보되는 지분은 18%선에 그친다. 앞서 열린 대한항공 주총처럼 전체 주식의 73.84%가 주총에 출석한다고 가정하면 31%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조양호 회장 등 최대주주 지분율을 감안하면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한진칼 지분 구조는 조양호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28.93%를 들고 있고, KCGI가 10.81%, 국민연금이 7.34%를 들고 있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7.08%, 기타주주가 45.84%를 보유 중이다.

사측이 내놓은 감사위원회 설치 정관변경안도 통과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한진칼은 감사 선임 시에는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받는 규제를 피하고자 감사위원회 설치라는 맞불을 놓았다. KCGI 측이 제안한 감사 후보가 채택되는 '불상사'를 막으려는 의도였다. 감사위 설치는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의무사항이지만 그래도 정관변경 특별 결의를 거쳐야 한다. 지분구조상 국민연금과 KCGI, 소액주주들이 연합한다면 감사위 설치 또한 좌절될 가능성이 있다.

◇한진칼, 지분 약 10% 모으면 석 부회장 재선임 가능

아직 의결권 행사 방향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석태수 부회장 재선임안은 국민연금이 반대해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달리 이사선임안이 일반결의 사항이다. 일반결의는 과반수 이상의 출석주주가 찬성하면 통과된다.

이날 대한항공 주주총회에는 전체 주식의 73.84%가 출석했다. 큰 관심을 받은 주주총회였지만, 기본적으로 소액주주는 주총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대체로 출석비중은 많아야 70%선에 그친다. 한진칼 역시 마찬가지로 73.84%의 주주가 참석한다고 가정했을 때, 석 부회장을 재선임하려면 사측은 39.17%의 지분율이 필요하다. 약 10%의 주주를 추가로 확보하면 되는 셈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비록 조 회장 재선임안을 통과시키지는 못했지만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자 외에 13.93%의 지분을 추가로 모았다. NH와 신한, KB, 교보, 한투, 미래에셋, 칸서스, 메리츠 등 대다수 기관이 사측 손을 들어줬다.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하면 한진칼은 10%의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펀드매니저는 "한진그룹은 업종 특성상 부동산이나 항공기, IB 등 일감이 많은 편"이라며 "기관 입장에서는 사측에 등을 돌리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