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10년 이상 비싼 돈 내고 사 쓴 게 너무 후회됐어요."

회사원 양희진(34·가명)씨는 1년 전부터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1회용 콘택트렌즈를 구매하고 있다. 양씨는 "1팩에 4만원 이상 주고 사던 걸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거의 절반값에 살 수 있었다"며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2017년 "국내 콘택트렌즈 소비자 판매 가격은 해외에 비해 최대 84%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건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해외 직접구매(직구)로는 콘택트렌즈를 살 수 있지만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서 콘택트렌즈를 사는 건 불법이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12조5항에 따르면 도수가 들어간 안경 또는 콘택트렌즈는 온라인으로 판매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안경테와 선글라스만 살 수 있다.

정부는 한때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대한안경사협회가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상에서 판매할 경우 전문가에 의한 별도의 검안(檢眼) 절차 없이 구입할 수 있어 눈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해 무산됐다.

반면 소비자들은 "지금도 안경원에서 시력만 말하면 곧바로 콘택트렌즈 구매가 가능한데,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도 "이미 소비자들은 해외여행 때나 해외 사이트에서 구입하고 있는데 국내 온라인 판매는 계속 규제하는 바람에 국내 소비자 가격만 높여 놓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국 아마존, 일본 라쿠텐, 중국 티몰 등 세계 유력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안경·콘택트렌즈를 다 팔고 있다. 우리나라 안경·콘택트렌즈 기업들은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으니 중국 등 외국에서 상표를 등록해 해외 판매에만 주력하는 경우도 있다. 정영석 대한상의 규제혁신팀장은 "인터넷 판매를 기본적으로 허용하고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보조장치를 두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