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인 애플은 25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 있는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행사를 열고 총 4종의 콘텐츠·서비스를 공개했다. 애플이 선보인 신규 서비스는 동영상·게임·뉴스 같은 콘텐츠부터 신용카드를 통한 금융 서비스까지 망라한다. 지난 10여 년간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을 판매하면서 전 세계에 깔아놓은 14억대의 애플 기기를 기반으로 콘텐츠·금융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에 있는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무대 위에 올라 신규 콘텐츠·서비스 4종을 공개했다. 애플은 이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TV+'와 게임 구독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 뉴스 구독 서비스 '애플 뉴스+', 신용카드인 '애플 카드'를 선보였다.

동영상부터 금융까지 총망라

이날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서비스는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인 '애플 TV+'다. 올가을 출시 예정인 이 서비스는 미국 넷플릭스처럼 월 정액 요금 가입자들에게 자체 제작 드라마·영화·다큐멘터리와 HBO·쇼타임 같은 유료 콘텐츠를 제공한다. 미국 할리우드의 스타들도 애플 TV+에 대거 합류했다. 미국 최고 인기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와 현대인들의 정신 건강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두 편을 애플 TV+로 내놓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어메이징 스토리'(놀라운 이야기)라는 SF(공상과학) 쇼를 내놓고, 제니퍼 애니스톤과 리즈 위더스푼은 드라마에 출연한다. 애플은 연간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이상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애플 TV+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도 대폭 늘어난다. 애플은 5월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 애플 기기뿐만 아니라 삼성전자·LG전자·소니 등의 스마트TV, 아마존 파이어·로쿠 같은 스트리밍 기기에서도 애플 TV+를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애플은 애플 TV+의 이용 요금과 서비스 지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올가을 세계 100여국에서 서비스하겠다고만 밝혔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 스마트TV에 애플 TV가 들어가는 만큼, 향후 한국도 서비스 지역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애플 아케이드'는 애플이 선보이는 첫 구독형 게임 서비스다. 월 일정 요금을 내면 세가·코나미·레고 등이 개발한 100여 개의 애플 아케이드 전용 게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지난 19일 구글이 공개한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에 기반한 게임 서비스인 '스태디아'와 유사하다. 애플은 올가을 세계 150여국에 애플 아케이드를 출시하고, 이용 요금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은 애플 아케이드의 서비스 지역에는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마스터카드와 함께 만든 '애플 카드'는 올여름 미국에서 출시된다. 애플 카드는 애플 페이 이용자들을 위한 신용카드로 연 회비가 0원인 것이 특징이다. 애플 카드를 등록하고 애플 페이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하면 결제 대금의 2%, 앱스토어·애플 뮤직 같은 애플 서비스를 결제하면 3%씩 적립해준다. 월 정액 뉴스 구독 서비스인 '애플 뉴스+'는 미국·캐나다에서 25일부터 이용 가능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LA타임스 등 신문과 GQ·와이어드 등 잡지 300여 종을 볼 수 있는 이 서비스 요금은 월 9.99달러다.

디지털 서비스에서 새 성장 동력 찾아

애플이 이처럼 콘텐츠·서비스로 사업을 급속도로 전환하는 배경에는 주력 제품인 아이폰의 판매 부진이 있다. 애플은 작년 4분기부터 아이폰 판매량 공개를 중단했다. 작년에 내놓은 아이폰X(텐)S 시리즈와 아이폰XR이 지나치게 고가(高價)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판매량이 급감한 탓이었다. 실제로 애플은 작년 4분기 매출 843억1000만달러(약 95조5600억원)를 기록하면서 1년 전보다 매출이 4.5% 줄었다. 반면 앱스토어·애플 페이·애플 뮤직 등이 포함된 서비스 부문 매출은 작년 4분기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해 108억7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빠르게 성장하는 콘텐츠·서비스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의 변화는 그동안 집중해왔던 하드웨어 대신 디지털 서비스에서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것"이라며 "전통의 라이벌인 삼성전자, 아마존과도 손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이벌과의 협력도 불사하면서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선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너무 늦었다"며 "이미 넷플릭스는 7년째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데다, 연간 100억달러 넘게 투자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애플 주가도 전날보다 1.21% 하락한 188.74달러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