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자전문위)가 대한항공 주주총회 이틀 전에 모여 조양호(사진)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 연임 안건에 어떤 표를 던질 지 논의하기로 했다. 수탁자전문위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와 책임투자 방향을 검토·결정하는 민간인 전문가 기구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수탁자전문위는 오는 25일 오후 5시 서울 모처에서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003490)한진칼(180640)정기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한다. 대한항공 주총은 27일, 한진칼 주총은 29일에 열린다. 수탁자전문위는 두 회사 주총에 앞서 찬반 여부를 정한 뒤 외부에 미리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2월 수탁자전문위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주총 전 미리 공개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수탁자전문위는 국민연금 지분율이 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보유 비중이 1% 이상인 상장사를 의결권 행사 방향 사전 공시 대상으로 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100여개 기업이 해당된다.

한진그룹 주총 안건 가운데 시장의 관심이 가장 집중돼 있는 건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재선임 건이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는 이달 17일 끝났지만,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연임에 도전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조 회장을 저지하자는 쪽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고, 이미 지난 1월 열린 수탁자전문위 회의에서도 위원들간 의견이 ‘연임 반대’로 모아진 바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김도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같은달 실시한 주요 기업인들과의 대화에도 한진그룹을 초대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이사 선임안을 특별결의 사항으로 정해둔 상태다.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대한항공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33.34%다. 한진칼이 29.96%, 정석인하학원이 2.73% 등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10.57%다. 주총 참석률을 60~70%선으로 볼 때 국민연금은 10% 이상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조 회장의 이사 연임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