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설립한 비영리 자선단체인 구글닷오알지(Google.org)가 한국에서 디지털 교육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디지털 리터러시'를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구글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구글은 사회공헌 사업을 확대하고 정부와 파트너십을 강화해 인식 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구글닷오알지는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대상을 1만7000여명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를 위해 한국을 찾은 재클린 풀러(Jacquelline Fuller) 구글닷오알지 대표는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시대를 맞아 청소년들이 재미있게 창작자가 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지난 2016년 사단법인인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특강 형태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이후 2017년 구글닷오알지의 후원이 시작되면서부터 서울,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규모를 확대하게 됐다. 현재까지 약 1만여명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받았으며 올해는 7000여명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이 프로그램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미지 제작, 가상현실(VR), 인포그래픽 디자인,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활용법, 디지털 음원 제작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을 체험하면서 디지털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교육 내용으로 구성된다. 2018년까지 2년간 80명의 전문 강사를 양성했고 200여 개 학교의 1만여명의 학생을 교육했으며 600여명의 교사에게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18년 사이에 진행됐던 1기 프로그램이 주로 서울과 경기 지역의 학교를 위주로 진행되었다면 이번 달부터 시작되는 2기 프로그램은 도서산간을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한다. 다문화가정, 탈북 가정, 장애 청소년 및 학교 밖 청소년을 비롯해 디지털 교육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소년에게도 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풀러 대표는 "어제 금호여중을 방문해 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 교육 현장을 방문했는데,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술의 세상을 열어주는 역할에 기쁨을 느꼈다"며 "특히 아이들이 VR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가 반영된 가상세계를 만들고 기술을 통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풀러 대표의 이번 방한은 최근 공정위를 중심으로 반구글 정서가 짙어지고 있다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19차 국제경쟁회의에 참석해 구글을 겨냥해 "전통 산업과는 달리 네트워크 효과, 쏠림현상 등으로 승자독식 현상이 만연해 있다"며 "일부 글로벌 기업은 경쟁 스타트업 기업을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인수하는 등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사전에 막기도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지난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구글의 시장지배력 지위 남용에 대해 최대 규모인 과징금 43억4000만유로(5조7000억원 상당)를 부과한 데 이어 한국 역시 구글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상황이다.
실제 풀러 대표는 이번 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 확대의 배경과 의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한국 사회에 대한 공헌과 이를 위한 정부와의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풀러 대표는 "구글은 IT 분야에서 큰 임팩트를 가진 회사이며 기술이 자연스럽게 사회에 녹아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도 디지털 교육 확산에 대해 큰 관심이 있었고 정부와 함께 협력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좋은 과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