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 기술은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테크놀로지 분야 중 하나다. 빛의 파장, 굴절, 밝기 같은 성질을 분석·조작하는 데 주변 환경과 빛의 종류에 따라 필요한 기술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최소 10년 이상 연구·개발(R&D) 지속 투자를 해야 겨우 엔트리(초기 진입)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삼성전자가 카메라 시장에 도전했다가 사업을 접으면서 제대로 된 광학 기업이 하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삼성은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기 전인 1979년 광학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당시 일본 카메라 기업이었던 미놀타의 카메라를 수입해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1985년에는 독자 기술로 필름 카메라를 냈다. 그러나 일본을 넘어설 기술 축적에는 실패했다. 1990년대 말에는 '똑딱이 카메라'로 불리는 소형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다시 도전했다. 특유의 생산 공정 기술을 활용해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 하지만 품질 부족의 벽을 못 넘고 적자가 이어지자 2017년 카메라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세계 1등을 한 번도 차지하지 못하고, 돈도 못 벌던 사업부를 이 정도까지 오랫동안 유지했던 것이 오히려 기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실패를 목격한 다른 대기업은 아예 광학 시장에 발도 들이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에 남은 광학 사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미지 센서 정도다. 이 부품은 스마트폰·자동차의 눈으로 꼽히는 비(非)메모리 반도체로 렌즈로 들어온 빛을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한다. 하지만 세계 이미지 센서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장악한 1위 기업은 일본 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