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본계약을 체결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국내 인수·합병(M&A) 역대 3위 규모의 빅 딜(deal)이었지만 인수 과정은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원래 M&A가 그렇듯이 이번 딜 역시 극비리에 추진됐기 때문인데요.
협상에 관여한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처음 인수 얘기가 오간 건 작년 8월이라고 합니다. 수년간 최악이었던 세계 조선 업황이 조금씩 살아나는 상황에서 우리 조선사끼리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현대중공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 '3사 체제'에서 '2사 체제'로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적기란 얘기가 나올 때입니다.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서울의 한 식당에서 만났습니다. 앞서 산은은 대우조선과 같은 거제도에 있는 삼성중공업에 의사를 타진했지만, 부정적이었다고 합니다. 현중만 남은 셈입니다. 하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현중도 엄청난 인수 비용을 감당하기엔 부담이 컸습니다. 결국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이대로 가면 한국 조선은 공멸할 것"이란 공감대만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 달 뒤 두 사람은 다시 만났습니다. 이때 이 회장이 '중간지주사' 설립안을 제시했습니다. 인수를 곧바로 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중간지주사를 만들면 주식을 바꾸는 방식이어서 인수 자금이 대폭 줄어듭니다.
권 부회장은 현중 CFO(재무최고책임자)인 조영철 부사장을 조용히 불러 "그룹 내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된다. 책임지고 해 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작년 12월 중순 현중과 산은 양측이 큰 틀에서 합의했고, 현중은 가삼현 사장을 팀장으로 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재무·영업·생산성·인사 등 전 분야에 걸쳐 인수 효과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도 이때 TF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1월 말 현중이 우선 협상 대상자에 선정되고, 이달 8일 양측이 본계약에 서명했습니다.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 21%의 초대형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 과정입니다. 노조 반대, 국내외 기업 결합 심사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았습니다. 현중의 대우조선 인수가 한국 조선의 글로벌 1위 경쟁력 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