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공유 대타협 시도했지만 택시업계로 기울어
카드 소득공제 논란에 증권거래세 '패싱' 현상도
기재부 "향후 경제활력에 대한 기대감 형성" 평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로 취임 100째를 맞았다. 같은 날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명되며 '2기 경제팀'이 구성된 것도 딱 100일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당시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 비전을 힘있게 추진"하기 위한 인선(人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으나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가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8일 홍 부총리 취임 100일을 맞아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향후 경제활력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다"고 자평(自評)했다. 기재부는 "소비자심리지수(CSI)가 2월 99.5로 3개월 연속 상승했고,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2월(69) 반등에 성공했다. 활력 제고에 대한 강한 의지 표명과 지속적인 정책 노력 때문"이라고 했다.
CSI는 지난해 5월 107.9에서 11월 96.0로 급락한 뒤, 최근 3개월 연속 상승했다. BSI는 1월에 67로 2016년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지난달 반등했다. 중립적인 상황인 100을 밑도는 데다, 회복폭도 크지 않다. 홍 부총리의 치적으로 삼기에는 곤란한 상황인 셈이다.
기재부는 "고용, 분배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고 수출과 투자도 부진한 양상"이라며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투자, 수출 등 향후 경제 상황을 좌우하는 요인과 경제 상황의 결과인 고용 분배까지 좋지 않다는 것을 '숙제'로 간략히 넘어간 것이다.
또 기재부는 "경제팀 및 청와대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조율을 통해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고 정책 불확실성을 제거했다"고 했다. 앞서 윤태식 기재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홍 부총리는 주요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일부 언론에서 기재부가 여당의 입장에 굴복했다며 거론하는 사례는 과도하게 비판적이며, 오해의 소지가 다소 있다"고도 했다. 홍 부총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대응이다.
◇승차 공유 등 규제혁신, '반쪽 성과'
기재부의 자화자찬과 달리 홍 부총리 취임 이후 기재부의 '실적' 중 내세울 만한 것은 많지 않다. 홍 부총리가 후보자 시절부터 작성에 관여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 내 핵심 과제에서 성과를 낸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당시 기재부는 경제활력 제고, 경제 체질 개선 및 구조개혁,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 미래 대비 투자 및 준비라는 4대 정책 방향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투자와 규제 개혁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16대 과제 가운데 '빅 트러스트(Big Trust·신뢰)'로 묶인 4개 과제를 제외한 12개 과제가 모두 투자 활성화와 연관됐다. 결국 기업 투자에서 얼마나 '턴어라운드'가 일어났는 지가 홍남기호(號)의 핵심 성과 지표인 셈이다.
기재부는 '빅 프로젝트(Big Project·대형 투자 사업)'이란 명칭으로 현대자동차서울 삼성동 신사옥 인허가, SK하이닉스(000660)의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묶었다. 그러나 현대차 신사옥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격렬한 반대만 없었다면 김동연 전 부총리 시절 통과됐을 사안이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도 국토부 인허가 사안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맡아 처리한 업무라, 기재부의 '성과'라고 볼 수 없다는 평가다.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주요 SOC(사회간접자본) 건설 사업에 예산타당성평가를 면제해주는 프로그램의 경우 2020년 이후에나 사업이 진행되면서 '경기 활성화'라는 명분은 사라지고 '지역별 SOC 사업 나눠먹기'라는 실질만 남았다.
홍 부총리가 역점 분야로 선정한 '규제 혁신'은 좀처럼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 승차 공유 문제가 지난 7일 출퇴근 시간대 제한적 허용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사실상 택시업계 손을 들어준 게 대표적이다.
승차공유 업체 쏘카 이재웅 대표는 "현재의 타협으로는 앞으로 의미 있는 유상 카풀업체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기재부와 국토부 내부에서는 "택시업계 눈치를 보는 정치권에 완전히 밀린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타협을 말하며 주도권을 쥔 순간 결과는 정해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국회에 계류돼 있는 '서비스발전기본법'의 경우 3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야당도 서비스발전기본법이 규제 혁신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법안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의는 시작했지만, 이달 중 통과는 불확실하다는 기류다. 한 정부 관계자는 "3월 중 통과가 어렵다면 2020년 최저임금은 기존 방식대로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컨트롤타워' 강조하지만…"전략· 정책수단·집행역량 모두 부족"
홍남기호(號)에 대한 평가점수가 후하지 않은 이유는 그간의 성과 부진이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주요 정책에 대해서 홍남기 경제팀이 ▲뚜렷한 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제시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충분하지도 않고 ▲목표 달성을 위한 집행 역량도 미진한 것이 반복해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지난 4일 '납세자의 날' 축사에서 홍 부총리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 변경 방침을 시사한 뒤 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홍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서 "제1차관이나 세제실장이 했어야 할 발언을 왜 굳이 부총리가 총대를 맺는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정부 안팎에서 나왔다.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사전정지작업이라면 부총리가 말해 정치적 부담을 키울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소득공제 전체를 손 보는 대규모 개편 작업이 아니라,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한 일부 혜택 축소 정도가 될 수 밖에 없는 데 '대공사'가 벌어지는 것처럼 논란이 과도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게다가 신용카드 소득 공제와 관련해 여당이 계속해서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보였다. 13일 당·정·청 협의에서 기재위 여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일몰을 3년 연장하기로 했다"며 결론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홍 부총리는 10여일간 계속되는 질문에 수세적인 입장을 취했을 뿐이다.
증권거래세의 경우 민주당이 아예 기재부를 '패싱'해버리는 양상이다. 민주당 자본시장특위는 지난 5일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 논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재부와 정책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운열 의원 등이 주도한 자본시장특위는 증권거래세 인하와 양도소득세 강화안을 발표했는데, 정책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를 불러 상의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자본시장특위 소속 의원과 기재부 관계자들은 지난 13일 간담회에서야 만나 서로 간의 이견을 확인했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경제팀이 한 목소리를 내는 건 잘한 일이지만, 뚜렷한 어젠더나 정책 성과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무난한 관리형 정책으로 흘러가기에는 경제 현실이 녹록지 않은 게 문제"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교수는 "기재부가 정책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는 게 가장 문제"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뚜렷한 기획없이 청와대나 국회의 정무(政務)적인 요구에 끌려다니면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