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대 이자' 부각되며 인기 끌었지만 환율 등 변수 많아
연금개혁, 여론 악화로 지지부진…무산되면 재정 악화될 듯

재정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어 작년 10월 당선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효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승승장구하던 브라질 채권이 3월 들어 다시 고전하고 있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연금을 개혁하자는 안에 국민들이 지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국회 표결 정국에 들어가자 "기존처럼 그대로 받고 싶다"는 민심이 들끓은 영향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한때 80%를 넘었던 연금 개혁 찬성 여론은 40%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연금을 그대로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진짜 속마음이었던 셈이다. 여론조사로는 10%에 그쳤던 연금 유지론이 최근 조사에선 50%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브라질 공적연금은 평생 15년만 일하면 기존 급여의 70%(공무원은 80%)를 55세부터 받을 수 있다. 또 사망 시엔 배우자에 100% 승계된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연금 최소 가입기간을 25년으로 늘리고 수령시기는 65세로 늦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 브라질 연방정부의 지출 구성 중 사회보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6%인데, 문제는 브라질이 아직 젊은 나라라는 점이다. 다른 나라들처럼 고령화되면 이 비중이 70~80%까지 오를 것이란 절망적인 수준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3년 8월 브라질 정부가 공무원 연금 축소를 추진하자 공무원 시위대 중 한명이 국회의사당의 창문을 깨뜨리고 있다. 당시 경찰, 소방관 등도 조직적으로 반발해 개혁안은 상당 부분 후퇴했다. 2017년 테메르 정부는 연금개혁 대상에서 공무원을 제외하기도 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브라질 헤알화 대비 원화 환율은 3월 초 이후 뚝 떨어져 1헤알당 295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헤알화 약세에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상승으로 작년 말 급등했던 브라질 채권 가격도 올해 들어서는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채권은 투자 시 들여다봐야 할 것이 많은 상품이다. 일단 환율이 중요하다.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려면 먼저 달러로, 그 다음에 브라질 헤알화로 환전해야 하는데 문제는 헤알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만 해도 700원에 가까웠던 헤알화 환율은 현재 200원대까지 내려왔다. 설령 매해 10%씩 이자를 받았다고 해도 원금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NH투자증권(005940)은 환율과 채권가격 등을 감안해 브라질 채권 수익률을 계산해 발표하는데, 브라질 채권은 작년 8월까지만 해도 13%가량 평가손실을 기록하다가 대선 정국 때 상승 반전했다. 보우소나루 당시 후보가 재정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이후 당선되면서 브라질 채권 또한 연간 기준으로는 3.3% 수익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NH투자증권은 브라질 채권 수익률이 올해 들어 다시 마이너스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헤알화 약세는 연금개혁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브라질 정부는 연금 개혁이 지연되면 3% 이상으로 기대되는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낮아지고, 2021년 이후엔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러자 작년 브라질 채권을 적극 팔았던 증권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브라질채권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BB-)이라 매수를 권유할 수 없지만, 작년 하반기엔 대선 정국과 맞물려 알게 모르게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브라질 채권은 지난해 8월까지만 1조5000억원 넘게 팔렸다. 총 누적 판매액은 7조3000억원가량이다.

최근 한달간 헤알 대비 원화 환율 추이

브라질 채권은 2010년 이후 10%대의 고수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국내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브라질이 국가 부도가 나지 않는 이상 고수익을 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심지어 한국과 브라질 간 국제조세협약 체결 때문에 비과세라는 장점이 있다.

증권사는 투자자가 요청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서 만기에 맞는 물건을 떼와 중개하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만기가 5~10년인 상품이다. 중도환매(매도)도 가능하지만, 수수료 부담 때문에 대체로 만기까지 보유하면서 이자를 수령하는 투자자가 많다. 이자는 매달 받는 것부터 일년에 한번 수령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달러표시 브라질채권은 이자를 달러로 받지만 수익률이 낮다.

브라질 채권 투자자 A씨는 "재작년 브라질 채권을 산 이후 매일 아침 일어나 브라질 동향부터 살피고 있다"면서 "연금개혁에 대한 여론 움직임에 따라 채권 수익률이 바뀌니 안심하고 있을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연금개혁 정국으로 헤알화 환율과 채권 가격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브라질 노동계와 좌파 사회단체 등이 연금개혁에 부정적 입장으로 4~5월 총파업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요동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연금 개혁안이 가결되려면 최소 308석이 필요한데 현재 찬성표는 정부 추산이 260석 정도이며, 120명 가량의 중립 성향 의원 중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개혁안이 통과된다"고 했다.

관건은 여론이다. 그동안은 국가 경제를 위해 연금에 손을 대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였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역전됐다. 연금 유지를 찬성하는 비중은 연초 10%대에 그쳤으나 현재는 50%에 달한다. 안 애널리스트는 하원이 개혁안을 심의하는 4월말까지는 환율 280원대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