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해 4분기부터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시 RP매도자가 차입 규모의 최대 20%를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도록 해 자금 미상환으로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기로 했다. RP거래 시 최소증거금률을 적용해 담보 역할을 강화하기로 하고, 장기 자금 보유 기관인 연기금, 보험사 등 전문 투자자의 RP시장 참여를 허용해 장내 RP 거래를 활성화한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 확정금리를 보태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1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제1차 거시건전성 분석 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RP시장의 효율성 및 안정성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익일물 RP(거래만기 1일) 거래비중이 전체의 90%를 넘어서는 등 편중 현상이 심해 매일 대규모 차환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RP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RP매도자에게 '현금성 자산 보유 비율 규제'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금융위는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해 오는 4분기부터 시행키로 했다.
현재 금융기관과 일반 기업이 1년 이하의 단기 자금을 차입하고 운용하는 단기자금시장은 콜시장, RP 시장, 양도성 예금증서(CD) 시장, 기업어음(CP) 시장, 전단기사채 시장 등으로 구분된다. 그동안 시장 유동성이 증가하며 단기자금시장이 빠르게 성장해 왔는데 그 중에서도 RP 시장이 급격히 확대됐다. 지난해 말 기준 단기자금 시장의 일평균 거래규모 중 RP가 81.3%를 차지할 정도다.
앞서 콜시장 편중 현상이 심화되자 금융당국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15년 3월 제2금융권의 콜시장 참여를 제한해 거래수요가 RP시장으로 이전, RP 거래가 활발해졌다. RP거래는 증권을 담보로 하는 단기 차입거래로 무담보차입보다 안정적인 거래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월말, 분기말에 RP금리가 일시적으로 급등하고 일부 RP 차입 기관들이 차환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최근 RP시장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금융위는 "RP매도자가 자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RP매수자는 담보증권을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매도해 RP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RP시장 유동성 위기로 거래 규모가 급격히 줄어든 사례가 있다. 이와 함께 콜, CP 등 다른 단기자금시장에서 거래가 위축되고 RP담보 채권 급매가 발생하면서 채권시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는 차환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증권, 은행, 펀드 등 모든 RP매도자에게 RP 차입 규모의 일정 비율만큼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도록 해 유동성 리스크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는 2020년 3월 4일부터 시행된다.
현금 보유 비율은 만기별로 차등 적용해 기일물 RP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차환 리스크 관리를 위해 현금성자산 보유비율을 최대 20%로 설정하기로 했다. 참가자들의 적응기간 및 시장충격 완화를 위해 오는4월4일부터 2020년 2월 4일까지는 보유 비율을 최대 10%로 해 적용키로 했다.
아울러 RP거래시 거래 리스크를 반영한 최소 증거금률을 적용해 담보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국고채와 통안채를 제외한 회사채 등을 담보로 한 장외 거래에 적용된다. 오는 3분기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4분기 금융회사 등과 최소증거금률 산정 등의 절차를 거쳐 4분기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안정적인 거래를 위해 장내 RP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오는 4분기부터 장기 자금 보유 기관인 연기금, 보험사 등 전문 투자자의 참여를 허용키로 했다. 현재는 증권사와 은행만 허용돼 있다. 연기금 등이 참여할 수 있는 담보 유형은 현재는 국고채권 및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인데 앞으로는 제1종 국민주택채권과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