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오뚜기, 대신증권, SK, 하나금융지주, 삼성화재, JW중외제약, 이노션….
언뜻 보면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기업들이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지난 2014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현금 배당액을 늘려온 '배당 효자 기업'이다. 이 기업들은 시장 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꾸준히 배당액을 늘려 와서 주주(株主)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최근 5년간 배당을 늘리는 효자 노릇을 해 온 기업들은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 40개사, 코스닥 상장사 41개사 등 총 81곳이었다.
본지가 13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국내 상장기업 1360여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고배당 기업보다는 매년 배당이 증가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상승하고 하락장에서도 낙폭이 작았다"며 "주식시장에서 좀 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적극적인 주주 친화책을 펼치는 기업의 주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 큰 배당으로 주주들 감동 준 효자들
배당 효자 기업 중 지난해 가장 많은 배당금을 지급한 곳은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실적이 크게 좋아진 덕분이다. 코스닥 시장의 배당 효자 기업도 반도체 관련 기업이 많이 포함됐다.
전체 배당액 기준으로 셋째 효자 기업은 하나금융지주였다. 전년보다 24% 늘어난 5704억원에 달했다. 하나금융은 중간 배당까지 포함하면 역대 최고인 주당 총 190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하는데, 증권가에선 배당금이 예상을 뛰어넘었다며 '배당 서프라이즈'라고 평가했다. 오뚜기나 CJ제일제당 같은 내수 기업도 배당 효자로 이름을 올렸다. 내수 기업은 주로 의식주 관련 사업을 펼치는데, 경기에 덜 민감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배당 정책이 가능하다. 최근 4~5년간 이어졌던 부동산 열기를 반영하듯, 중소 건설사와 개발업체, 신탁사 등 다수의 부동산 관련 업체가 5년 연속 배당금을 늘렸다.
전체 배당 효자 기업 중 배당금을 전년 대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섬유업체인 동일방직(204% 증가)이었다. 신동준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장은 "이익 난 만큼 배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주주들의 요구에 맞춰 배당금 총액을 확대해 나가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배당금 31조원대로 역대 최대
기업들의 배당금 확대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최근 5년간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 총액은 매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들의 2018년 배당금 총액은 사상 최초로 3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금 총액은 31조8103억원으로, 전년보다 14% 늘어났다. 2014년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로 늘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실적 호황이었던 삼성전자가 주주 친화책을 펼치면서 2018년 배당금 총액이 전년보다 3조8000억원 늘어난 9조6000억원에 달했다"며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도 7000억원 수준이었던 배당금을 1조원 넘게 지급해 전체 규모를 키웠다"고 말했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랩상품부 부서장은 "국내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증가하자, 시세차익과 배당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 일반 주식형 펀드에선 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배당주 펀드 잔액은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거에 현금 배당을 계속 늘려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늘릴 것이란 보장은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국내 배당주 펀드 중 1위(5년 수익률 40%)인 미래에셋 고배당 포커스 펀드의 경우, 보유 상위 종목 중 배당 효자 리스트에 포함된 기업은 삼성전자와 리노공업 정도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과거의 배당 증가세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도 이익이 성장하고 배당도 지속가능한 것인지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