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연일 하락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실적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등 주요 수요처가 D램 재고량이 많은 데다,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공급 부족사태까지 겹쳤다.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CPU가 부족하면 PC·서버를 구축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인텔은 서버용 CPU 시장의 95%, 개인용 PC CPU의 8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매출이 대부분 메모리에서 나오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000660)는 경쟁사 인텔이 CPU를 제때 공급해주길 기다려야 하는 묘한 입장이 됐다.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더욱이 인텔과 삼성전자(005930)는 반도체 업계 1위 왕좌(王座)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어 이 상황이 더욱 어색하다. 삼성전자는 24년간 업계 1위를 기록해오던 인텔을 2017년 3분기 2위로 끌어 앉혔다. 그러나 메모리 가격 폭락으로 5분기만인 지난해 4분기 선두 자리를 인텔에 다시 내줬다.

◇ 컴퓨터 ‘두뇌’ 인텔 CPU 공급 부족 이어져

13일 대만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Digitimes)는 올해 2분기 인텔 CPU 공급 부족이 1분기보다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디지타임스 부설 연구소는 "HP(Hewlett-Packard), 델(Dell), 레노버(Lenovo) 등 주요 PC·노트북 제조사들이 연말연시 재고를 쌓아놔 2분기 들어선 CPU 공급 부족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 내다봤지만, 신제품 노트북들이 속속 출시돼 도리어 공급량이 수요보다 5% 가량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밥 스완(Bob Swan) 인텔 CEO는 임시 CEO를 맡고 있던 지난해 9월, 공개서한을 통해 CPU 공급이 부족함을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PC 출하량도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서며 높은 성능을 지닌 CPU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급격히 늘어난 CPU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버용 제온과 고성능 코어 시리즈 공급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총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투자해 14나노 CPU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2019년 내 10나노 CPU를 내놓겠다"고 했다.

◇ CPU 공급 하반기 안정화 예상… D램 가격 반등은 후행(後行)할 듯

인텔 CPU 공급 부족은 올해 하반기에야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올해 7월부터 미국 애리조나 신(新)공장을 본격 운영하고, 신형 서버용 14나노(nm) 캐스케이드레이크(Cascade Lake) CPU 등을 대량생산할 계획이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인텔 14나노 CPU 공급은 25%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타임스 부설연구소는 "때문에 올해 2분기까진 인텔 CPU 출하량이 크게 증가할 수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 화성반도체 공장 전경.

D램 가격 또한 CPU 공급이 안정화되는 2분기 이후에야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요가 올해 하반기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현재 D램 가격 하락세에 대해 "2018년 상반기 인터넷 기업의 다소 과도한 부품 구매로 인한 높은 재고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인터넷 기업이 멜트다운·스펙터 등 CPU 버그가 완전히 해결된 캐스케이드레이크 CPU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투자 부진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의 높은 재고량과 투자 부진이 D램 가격 하락의 근본 원인인 만큼, 데이터센터 업그레이드 시발점이 될 신형 CPU 출시가 D램 가격 또한 안정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 연구원은 "캐스케이드레이크와 연말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10나노 아이스레이크 등 신형 인텔 CPU 2종을 통해 데이터센터, PC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지연되고 있는 데이터센터 투자도 하반기 캐스케이드레이크 CPU 출시 이후 집행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