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12일 GDP(국내총생산) 0.5% 수준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필요성을 거론한 것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세먼지 추경에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부양용 대규모 추경 예산이 편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추경 규모 및 시기에 대해서는 "(상세한) 검토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언급을 피했다.

홍 부총리는 13일 세종시 반곡동 국책연구단지 연구지원동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8개 국책연구기관장과 간담회를 갖고 "어제(12일) IMF 대표단과의 만남에서 IMF가 GDP 0.5%에 해당되는 확장적 재정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홍 부총리는 "미세먼지와 관련해 추경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잡으려고 하고 있다"며 "미세먼지 추경이 도래한다면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이 들어가서 추경이 함께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6일 청와대가 처음 거론한 '미세먼지 대응 추경'이 실제로 대규모 경기 부양용 추경으로 편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6일 오후 관세청 전국세관장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경기부양용 추경 가능성에 대해서 "청와대 발표는 미세먼지 대책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는 이야기로 이해하고 있다"며 다소 선을 그었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12일 세종시 반곡동 국책연구단지에서 열린 8개 국책연구기관장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IMF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 정부와의 정책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성장이 중단기적으로 역풍을 맞고 있어 정책조치가 필요하다"며 "상당한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더 확장적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MF는 GDP 0.5% 수준의 추경 예산을 권고했다. 2018년 명목GDP(1782조원)을 감안하면 약 10조원 규모 추경 예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가파르게 올랐다는 IMF 지적에 대해서 홍 부총리는 "IMF는 16.4%가 오른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이해가 된다는 입장이었다"며 "다만 2019년에도 10.9% 오른 것이 다소 과도한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IMF는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작업 등에 나선 것에 대해 '인상적이다'며 결과에 대해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하기도 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논란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조정 문제가 제기된 것은, 소득공제 일몰 기한이 다가와 이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소득공제 연장을 전제로 한 상황에서 이야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기재부가 밝힌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4일 납세자의 날 축사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그 축소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적극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폐지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오는 7~8월 2020년도 세법 개정안 검토 시 신용카드, 직불카드 등 에 대한 소득공제 조정 검토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경유에 대한 유류세가 인상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홍 부총리는 "경유세는 많은 승용차, 화물차 운전자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보호 문제가 있다"며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유세 인상은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달 간담회는 김유찬 조세재정연구원장,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배규식 노동연구원장, 손상호 금융연구원장,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조흥식 보건사회연구원장, 임영재 KDI 부원장 등이 참석했다.

홍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투자, 고용, 수출 등 경제 여건이 굉장히 어렵다"며 운을 뗐다. 홍 부총리는 "그나마 소비 증가율이 양호한 추세를 보이고 있고, 경제 심리도 상당히 개선되는 게 긍정적 모멘텀"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12년 만에 3만달러가 넘었다"며 "3만 달러 시대를 맞아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국민의 삶에 나눠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홍 부총리는 "경제 구조와 체질이 개선돼 지속가능한 성장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사회적 대화 및 대타협을 통해 경제·사회에 신뢰가 구축돼야 한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