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동시조합장 선거는 '5당(當) 4락(落)'이다. 제 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5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4억원을 쓰면 떨어진다 의미다. 이번 선거가 치열함을 넘어 얼마나 혼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이달 13일 열리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진흙탕 선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선거를 담당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불법 선거운동을 엄벌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여전히 금품이나 향을 제공하는 불법 선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조합장 선거는 농협 1113개, 수협 90개, 산림조합 140개 등 전국에서 1343개 조합장을 뽑는다. 지난 26일부터 27일 후보 등록기간에 3474명이 등록했다. 경쟁률이 2.6대 1이다. 28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으며, 단일후보가 출마한 197개 조합은 무투표 당선됐다.
이는 4년전인 지난 2015년 제1회 동시조합장선거 때보다 덜하다. 하지만 감시의 눈초리가 많은 지방자치단체나 국회의원 선거보다도 불법 선거 운동의 정도가 심하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해 지난 10일까지 각 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된 전체 사건 건수는 모두 500건에 달한다. 이 중 126건(25.2%)이 고발(116건)·수사 의뢰(10건)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나머지 374건(74.8%)에 대해 경고 등의 조치를 취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제1회 선거 당시 총 867건의 접수된 사건 중 227건(26.2%)을 고발·수사의뢰했다. 고발 건수는 171건, 수사 의뢰는 56건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운동 또는 지지 청탁과 함께 현금을 건네는가 하면 식사나 선물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장 선거가 치열한 수준을 넘어 이처럼 금품이 오가는 혼탁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이유는 조합장이 가지는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조합에 근무하는 직원이나 조합원들은 조합장의 권한이 '제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합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나긴 하지만 억대 연봉에 최고급 자가용은 기본이다. 연봉에 못지 않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직원들의 인사권까지 좌지우지힐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많게는 100여명이 근무하는 하나로마트의 계약직 직원 채용을 비롯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인사권도 조합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서울 등 대도시 농협 조합장은 농협저축은행과 카드 발급까지 관리하기 때문에 많게는 1조원 이상의 돈을 주무른다. 대출과 채용 등이 예전보다 훨씬 투명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지방에서는 지역 내 유력 인물과 연결되기 쉬워, 향후 정치권 진출 등의 발판으로 삼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전북지역 농협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도시에 위치한 어지간한 규모의 농협 조합장은 매출 2000억~3000억원, 큰 규모의 조합장은 조단위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CEO가 부럽지 않다"며 "조합장에 당선만 되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불법 선거운동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