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이례적으로 카드사에 힘 실어줬지만
현대차 계약해지 압박, 담합 우려 등으로 분열
지난 11일 BC카드까지 현대자동차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상 수준에 대해 합의하면서 신한·삼성·롯데 등 3개사만이 현대차와 수수료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에서 카드사가 차례로 현대차에 무너진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편을 들어줬고 카드사도 자영업자를 위해 수수료를 인하한 만큼 대형가맹점 수수료를 올릴 명분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롯데카드는 당초 현대차에 통보한 인상안보다는 낮지만, 현대차가 제시한 1.89% 조정안보다는 높은 1.92~1.93% 수준으로 다시 제안을 보낸 뒤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로부터 답변을 받아 협상을 활발하게 진행 중인 카드사가 있는 반면, 현대차로부터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카드사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양 사가 감정적으로 틀어지지만 않는다면 생각보다 빨리 결정날 수도 있다"며 "오래 끌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카드사들이 지난달 초 현대차에 밝힌 수수료 인상폭은 0.14~0.15%포인트였다. 기존 1.8% 초중반 수준에서 1.9% 중후반대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0.02%포인트 이상 올릴 수 없다며 반발했고, 이를 카드사가 받아들이지 않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결국 KB국민·현대·하나·NH농협·씨티카드 등은 지난 10일 당초 목표치에 못미치는 수준인 1.8%대 후반에서 합의를 이뤘고, BC카드 역시 당초 현대차에 통보한 인상폭에 비해 절반 이상 낮은 수준인 0.04%포인트 수준에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가맹점과 카드사간 관계를 고려하면 대형가맹점이 협상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는 것은 맞지만, 이번만큼은 카드사가 '원팀'으로 움직여 강하게 밀어붙였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사 관계자는 "3년마다 가맹점과 카드사가 수수료 협상을 벌이긴 하지만, 이번 협상의 경우 금융당국이 마케팅 비용에 대한 역진성을 해소하라는 주문이 있었고, 금융당국은 물론 여당까지 나서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에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데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며 "이례적으로 카드사에 힘을 실어준 만큼, 이를 잘 활용했어야 했는데 카드사 스스로 무너져내렸으니 더이상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카드사 관계자 역시 "자동차 업계와 협상이 끝나면 유통·통신 등 다른 업계와도 협상을 해야하는데, 형평성 문제 때문에 다른 업계와도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에서 협상할 수밖에 없다"며 "각 사마다 마케팅 비용에 차이가 있어 단일한 수수료를 제시하긴 어렵겠지만, 대오 자체는 맞춰가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처음부터 원팀으로 움직이긴 쉽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3월 1일부터 모두가 강하게 수수료 인상을 밀어부쳤어야 했지만, 일부 카드사가 현대차에 유예기간을 주면서 그때부터 균열이 생겼다"며 "안그래도 대형가맹점 입장에선 계약 날짜별로, 회사 규모별로 카드사간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많아 누구부터 무너지냐의 문제였는데, 예상보다 너무나 쉽고 빠르게 무너지면서 현대차에 협상 우위를 내줬다"고 했다.
또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역시 "카드사가 모여 의견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는 순간, 경쟁당국에 '담합'으로 비칠 우려가 있어 원팀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현대차와 각 카드사간 사적 계약인 만큼, 적정선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나머지 3개 카드사도 오는 15일을 기점으로 현대차와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이들 3개사 카드로 결제를 희망하는 고객에 대해 15일 이전 출고분까지 선결제하도록 조치했다. 사실상 15일까지 계약 해지가 유예된 것과 같다.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차의 조치 등으로 아직까지 고객 민원이 들어오지는 않았다"며 "고객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상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