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에 무게를 두던 정부가 일주일 만에 "소득공제 축소 여부는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혀, 오락가락 정부 정책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신용카드 소득공제 입장'이란 자료를 내고,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근로자의 보편적 공제 제도로 운용돼 온 만큼 올해로 제도의 효력을 끝내는 것(일몰)이 아니라 연장돼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이며, 이를 기본으로 신용카드 공제 개편 여부와 개편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란 신용카드로 쓴 돈이 연봉의 4분의 1(25%)을 넘으면 초과분의 15%를 300만원까지 과세소득에서 빼서 직장인의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데다,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세금 부담이 늘어날 직장인들 아우성이 커지자, 일단 "신용카드 공제 축소는 결정 안 됐고, 소득공제 자체는 유지하겠다"며 불 끄기에 나선 셈이다.

직장인 반발하자 진화 나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논란은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촉발했다. 지난 4일 홍 부총리는 '납세자의 날' 기념행사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 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소득공제 축소 검토 발언은 곧 '월급쟁이에 대한 증세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졌다. 한국납세자연맹 계산에 따르면 만약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폐지될 경우 한 해 3250만원 카드 소비를 한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은 최대 49만5000원까지 세금을 더 내야 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신용카드 등 사용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 보고서에서도 4000만~6000만원 연봉 근로자의 소득공제 경감 세액은 29만원 정도였다. 소득공제가 축소·폐지되면 직장인들이 연간 수십만원에 이르는 세금을 더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는 사람은 1000만명에 육박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신용카드 소득공제 대상(2017년 기준)은 967만7324명이고, 총공제액은 23조9346억원에 이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최근 '봉급쟁이들이 봉이냐' '현금 없으면 소득공제도 받지 말라는 정책이냐' 등 항의성 글이 줄을 이었다.

야권도 목소리를 냈다. 추경호 의원(자유한국당)은 "소득공제 축소는 소득 주도 성장으로 큰 고통을 받는 서민과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증세"라며 11일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3년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위한 실탄 마련용으로 정부가 소득공제 축소 카드를 내놨다는 정치적인 해석도 나왔다. 정부는 결국 홍 부총리가 '공제 축소 검토'를 언급한 지 일주일 만인 11일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연장이 대전제이며, 공제 축소는 결정된 바 없다"며 꼬리를 내렸다.

"국민에게 설명 없이 자꾸 정책 바꾸면 저항만 일으켜"

신용카드 소득공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1999년 8월 도입될 때 3년만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그 후 2~3년 주기로 일몰이 도래했지만 그때마다 8차례에 걸쳐 연장됐다. 정부는 3000원짜리 라면 한 그릇도 신용카드로 사서 먹을 만큼 카드 사용자가 늘어났으니 현금 사용을 통한 탈세를 막겠다는 제도 도입 목적은 달성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지금껏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폐지 방침을 흘렸다가 직장인들의 볼멘소리가 쏟아지면 땜질식으로 공제를 알게 모르게 조금씩 줄이는 식으로 제도를 바꿔왔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카드 소득공제의 경우 일관된 방향으로 최소한 몇 년치 계획을 세운 뒤 국민에게 쉽고 소상하게 알려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며 "경제정책을 정치적 판단에 의해 자꾸 바꾸다간 경제정책의 효과도 반감되고 국민 저항만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