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황모(35)씨는 최근 인터넷쇼핑몰 '쿠팡'에 200만원을 충전(充塡)했다. 미리 쿠팡에 돈을 넣어뒀다가 상품을 구매할 때 쓰는 것이다. 쿠팡은 충전 금액의 연 5%를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있다. 일종의 이자인 셈이다. 황씨는 "은행 정기예금 이율이 연 1%대인데 (쿠팡은) 연 5%를 적립해주는 데다 언제든지 전액 인출할 수 있다"며 "인터넷쇼핑을 자주 이용하는 만큼 적립해주는 포인트는 사실상 현금"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모바일 쇼핑몰, 간편송금업체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기업 간 고객 유치전이 치열해지면서 고객이 미리 충전한 선불금에 사실상 이자를 얹어주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가 연 5~10%의 포인트 적립과 같이 시중 금리를 훌쩍 뛰어넘는 혜택을 약속하면서 일각에서는 '유사 수신'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사 수신은 금융 당국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가 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불특정 다수에게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뜻한다.
◇쿠팡, 충전 금액의 연 5% 적립 이벤트
쿠팡은 지난달부터 이용자가 '로켓머니(고객이 쿠팡에 예치하는 현금)'를 충전하면 보관 금액의 연 5%를 포인트인 '쿠팡 캐시'로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최대 예치 가능 금액인 200만원을 충전하면 하루 273원씩 계산해서 다음 달 1일 해당 금액을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식이다. 또 상품 구매 때 사전에 충전한 로켓머니로 결제하면 추가로 2%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쿠팡은 "예상보다 많은 고객이 몰리고 있는 데다 충전 금액도 대부분 수십만원대에 달한다"고 말했다.
간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스'도 '머니백'이라는 비슷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토스머니(고객이 토스에 충전하는 현금)'를 예치한 고객에게 예치금 구간에 따라 토스머니를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100만원을 예치할 경우 최대 연 10%를 '토스머니'로 돌려받을 수 있다. 토스는 '머니백' 행사로 이용자의 토스머니 충전이 급증하자, 1월 중순 이벤트 신규 참가를 중단하고 기존 고객에게만 머니백 행사를 진행 중이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이 출자한 모바일 금융서비스 회사 '핀크'도 고객이 충전한 '핀크 머니'에 연 1.5~2% 캐시백을 해주고 있다.
◇금융 당국 "유사 수신 여부 검토 중"
하지만 당장 연 5%·10% 적립을 내세우며 고객을 유인하는 것은 '유사 수신' 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의 적립 행사가 유사 수신 행위가 아닌지 검토 중"이라며 "적립 규모 및 이용자에 미치는 영향, 자금 성격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업체가 '원금 보장' '이자' 등의 표현을 명시적으로 쓰지 않고 있지만 이용자가 착각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의 경우 고객에게 "로켓머니는 언제든지 100% 인출이 가능하니 마음 편히 충전하세요" "보관 금액의 연 5%를 적립해드려요"와 같은 표현을 쓰고 있다. 토스 관계자는 "머니백은 일정 비율로 혜택을 주는 이자 구조가 아니라, 특정 범위를 나눠서 정해진 액수의 토스머니를 주는 현금성 경품 구조"라며 "원금 보장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쓸 수는 없지만 예금으로 안전하게 예치되어 있는 만큼 손실 위험은 전혀 없다"고 했다.
국내 선불 충전금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토스·카카오페이 등 국내 7개 간편송금서비스 업체에 고객이 충전한 금액은 2016년 말 236억9000만원에서 작년 5월 말엔 1165억5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선불전자지급
미리 충전한 선불금(최대 200만원)으로 버스·택시를 탈 때 요금을 내거나 물건 값을 치르는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