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지난 8일(현지 시각)부터 진행중인 세계 최대 규모 음악·영화·기술 페스티벌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이하 SXSW)에는 흔치 않은 한국산(産)부스가 차려졌다. 바로 한국 가전 ‘대표선수’ LG전자가 차린 단독 전시장이다.
이 전시장에서 단연 눈길을 끈 제품은 가정용 아이스크림 제조기 ‘스노우화이트(Snowwhite)’다. 스노우화이트는 세계 최대의 IT 전시회 ‘CES 2019’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LG전자의 새 콘셉트 제품이다.
스노우화이트는 ‘007가방’을 연상시키는 직사각형 몸체 한가운데 네모난 창이 뚫려 있는 모습이다. 기기엔 소르베, 젤라토, 프로즌요거트 등 아이스크림 종류를 결정하는 ‘베이스 캡슐’과 맛과 향을 결정하는 ‘플레이버(Flavor) 캡슐이’ 각각 들어간다. 두 캡슐을 조합해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을 즉석 냉각해 만들어내는 것이다.
LG전자가 ‘틈새가전’ 시장에 의욕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전통적인 백색가전 시장이 성숙해 안정기에 접어든 가운데, 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LG전자는 이번 SXSW에서 스마트 라이팅(Smart Lighting) 솔루션을 적용한 응원봉 ‘판타스틱(Fantastick)’도 처음 선보였다.
이 제품은 하나하나가 디스플레이의 화소가 된 것처럼 공연장이나 경기장 내 관객석에서 대형 문구, 패턴, 영상 등을 만들어 낸다. 관객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공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아이디어 제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제조기, 응원봉 등 참신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SXSW 관람객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스크림 제조기, LED 응원봉 등은 아직 콘셉트 단계로 실제 출시까진 갈 길이 멀다. 곧 소비자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틈새가전도 있다. LG전자가 CES 2019에서 첫 공개한 캡슐맥주제조기 ‘LG 홈브루(Homebrew)’다.
LG홈브루는 발효부터 세척까지 맥주 제조 과정을 자동화했다. 캡슐과 물을 넣고 작동 버튼을 누르면, 발효와 숙성까지 2~3주안에 5리터의 맥주를 완성할 수 있다. 캡슐은 97년 전통의 세계적인 몰트(Malt·맥아즙) 제조사인 영국 문톤스(Muntons)의 프리미엄 몰트와 발효를 돕는 이스트(Yeast·효모), 맥주에 풍미를 더하는 홉(Hop), 플레이버(Flavor·향료) 등 4개로 구성했다.
캡슐을 조합해 페일 에일(Pale Ale), 인도식 페일 에일(India Pale Ale), 흑맥주(Stout), 밀맥주(Wheat), 필스너 (Pilsner) 등 5종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또 스마트폰으로 맥주가 제조되는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전용 앱으로 캡슐을 주문할 수도 있다. LG홈브루는 SXSW에서도 전시돼 방문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한다. LG전자는 홈브루를 올해 상반기 중 일반에 공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LG전자의 ‘틈새시장 공략’ 중심에는 ‘뉴비즈니스센터’가 있다. 스노우화이트, 판타스틱, 홈브루 세 제품은 모두 뉴비즈센터의 작품이다 LG전자는 2017년 기존 이노베이션사업센터를 뉴비즈니스센터로 개편하고 미래 사업을 위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가전 시장은 매출 규모가 크지만, 매년 신제품을 내놓아도 시장 규모 자체엔 큰 변화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가전업계에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니치마켓(Niche market·틈새시장) 도전이 화두(話頭)"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