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율·소득대체율 놓고 경영계·비경영계 이견
4월말 활동종료…"국민연금 건전성 살펴야" 지적

국민연금제도 개혁을 위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활동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나 경영계와 비(非)경영계간 의견 차이가 커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사노위는 정부·노동계·경영계 등의 사회적 대화 기구다. 경영계는 경기 상황 등을 이유로 현행 제도 유지를 주장하고, 다른 쪽은 젊을 때 더 내고 나이 들어 더 받아가게끔 하자고 주장한다. 재계는 경사노위가 기업 목소리를 무시한 결론을 낼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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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율·소득대체율 인상 가닥…경영계는 반대

7일 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경사노위 산하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지난달 8일 진행된 제10차 특별회의에서 보험료율(소득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비율)과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 인상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또 보험료와 연금 급여간 수급 불균형을 줄여나가자는 원칙도 세웠다.

국민연금제도를 더 내고 더 받게끔 다듬되 낸 돈보다 훨씬 많이 받아가는 현행 구조는 손보자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다. 소득대체율은 올해 기준 44.5%인데 매년 0.5%포인트씩 떨어져 2028년 40%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연금특위는 보험료율 12% 내외, 소득대체율 45~50% 수준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금특위는 지난달 22일 열린 11차 회의에서도 10차때 세운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인상' 원칙을 바탕으로 각계 의견을 조율했다.

하지만 모든 회의 참여자들이 연금특위가 설정한 원칙에 찬성하고 있는 건 아니다. 경영계는 줄곧 인상이 아닌 현행 제도 유지(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2028년까지 40%)를 주장해왔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국민 노후보장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나라 경제와 기업 환경이 어려운 이 시점에 연금개혁을 꼭 강행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류 전무는 "근로자 보험료의 절반을 내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비용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연금 사각지대 해소와 기금 수익률 제고 방안 등을 우선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연금특위는 지난해 10월 30일부터 논의에 들어갔다. 활동 종료 시점은 6개월 후인 올해 4월 29일이다. 필요시 3개월 이내 연장이 가능하므로 연금특위는 늦어도 7월 말까지는 합의안을 도출해내야 한다. 한 연금 전문가는 "경영계 홀로 반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연금특위가 국회에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인상안 제출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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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대체율 50% 밀어붙이나

일각에선 경사노위가 국민 반발을 살 수 있는 보험료 인상은 소극적으로 추진하고 다수에게 환영 받기 쉬운 소득대체율 강화만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소득대체율만 크게 올라가면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소득대체율 50%'가 포함돼 있다보니 이런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소득대체율 50%는 지난해 8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후세대 부담이 너무 커진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방안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에 대통령 공약을 포함시켰다. 현재 연금특위 내부에서도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대폭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험료 납부자는 점점 줄고 연금 수급자는 급증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 추이를 연금특위가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궁금하다"며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은 지난해 1명 아래(0.98명)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출산율이 0명대로 떨어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와 동시에 한국은 2017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