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의 가격 내림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11~20년차 아파트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시중에서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덜 올랐던 아파트가 안정성은 오히려 높았던 셈이다.

7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9·13 대책 직후인 9월 17일 기준 조사 때보다 0.87% 하락했다.

아파트 값이 하락 조정을 받는 가운데서 하락 폭이 생각만큼 크지 않은 것은 하락 기간이 짧아서다. 9·13 대책이 나온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 지표는 상당 기간 오름세를 이어갔다. 예를 들어 한국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1월 중순까지 오르다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시세 하락 폭은 아파트 연령별로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크게 하락한 것은 1.40% 내려간 5년 초과~10년 이하 아파트였다. 20년 초과 아파트도 상대적으로 큰 1.34%의 내림세를 보였다. 신축 선호 현상으로 주목받은 5년 이하 아파트는 평균 하락률과 비슷한 0.90%의 내림세를 보였다.

값이 가장 덜 내린 아파트는 11~20년차 아파트였다. 이 아파트들은 신축 선호 현상의 수혜를 받지도 못했고, 재건축 등 개발 가능성을 주목받지도 못하던 단지들이다. 하지만 하락장에서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는 0.48% 하락했고, 15년 초과 20년 아파트는 가장 적은 0.38%의 하락률을 보였다.

5년 초과~10년 미만 아파트의 하락 폭이 가장 컸지만, 분석 기간을 조금 늘려 보면 여전히 이 아파트들의 상승률은 가장 높다. 2017년 12월 초를 기준(100)으로 한 아파트매매지수는 5년 초과~10년 미만 아파트가 108.3으로 가장 높다. 결국 가장 많이 올랐던 연령대 아파트가 하락 폭도 컸지만, 아직 체감할 만큼 값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지역까지 감안해 살펴보면 서울 전체 평균보다 훨씬 많이 내린 곳이 있는 반면, 오히려 오른 곳도 있었다. 많이 내린 곳은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가 있는 서울 동남권이었다. 동남권의 20년 초과 아파트는 전체 평균의 세 배가 넘는 3.35%의 하락률을 보였고, 5년 초과~10년 미만 아파트도 3.11% 하락했다. 이들이 서울 집값을 끌어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이 밖에 마포와 서대문이 포함된 서북권의 5년 이하 신축도 2.28% 떨어졌다.

오른 것은 종로구와 중구, 용산구가 포함된 도심권의 20년 초과 단지들이다. 이 아파트는 9·13 대책 이후 오히려 1.12% 상승했다. 올해 들어 값이 조금 떨어졌지만, 작년 말까지 크게 오른 것과 비교해 하락 폭이 미미해서다. 이 지역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역시 0.68% 올랐다. 도심권은 전체 시장의 방향과 완전히 정 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노원구 등이 있는 동북권의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도 0.19% 상승했고, 관악구 등이 있는 서남권의 5년 이하 아파트도 0.12% 상승하는 등 지역과 건물 연령별로 보면 산발적으로 오른 것들이 있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11~20년차 아파트는 시장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전형적인 실수요 물건"이라면서 "투자 개념으로 사두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가격이 방어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시장의 흐름을 보면 강남에서 도심, 외곽 순으로 관심이 옮겨 붙었다가 다시 도심으로 쏠리는 추세"라면서 "도심권은 직주 근접의 가치가 재평가된 데다 개발 호재도 있어 앞으로 수요가 다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