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의 대표 소프트웨어 중 하나는 'SAP HANA'다. 이 소프트웨어의 뿌리는 한국 기술이다.

서울대 차상균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1990년대 데이터 처리 속도를 최대 1만 배까지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2000년 창업해 정부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받아 법인세·소득세 등 세제 혜택을 받았고 대출받을 때에도 우대 금리를 적용받았다. 그러나 2년 뒤 정부의 각종 지원이 끊겼다. IT 업계 관계자는 "창업한 지 2년밖에 안 됐는데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벤처 재인증을 해주지 않고 지원을 끊었다"고 전했다. 원천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막대한 돈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우리 정부는 그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규정만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차 교수는 2002년 미국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회사를 차렸다. 그러자 SAP·선마이크로시스템즈를 비롯한 글로벌 기술 업체들이 서로 이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섰고 차 교수는 가장 적극적이었던 SAP에 회사를 팔았다.

SAP는 이 기술의 가능성을 믿고 6년간 적극적으로 돈과 인력을 투자해 2011년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 SAP는 이 소프트웨어로만 출시 초기 3년간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지금은 SAP가 만드는 각종 맞춤형 소프트웨어에서 이 기술이 뼈대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태동했지만 2년 이상을 바라보지 못하는 단견(短見) 때문에 한국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