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크게 벌 수 있을 때는 언젠가 찾아옵니다. 그때 실탄이 없으면 얼마나 아쉽겠습니까. 지금은 기회를 기다릴 때입니다."
연초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 증시가 '반짝'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자 사이에선 '불안하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데다 미·중 무역 분쟁처럼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돌파할 현명할 재테크 전략은 뭘까. 지난 4일 만난 박세걸 KEB하나은행 자산관리(WM)사업단 총괄 전무는 "지금은 고수익에 도전할 때가 아니라 있는 돈을 잘 지키면서 미래 기회를 기다려야 할 때"라며 '지키는 투자'를 강조했다. 박 전무는 KEB하나은행 소속 PB(자산 관리 전문가) 320여명을 이끌고 있다. 1989년 금융계에 입문해 30년간 외환·주식 딜러 등을 거치며 잔뼈가 굵은 '멀티 플레이어' 투자 전문가다.
―올해 재테크 수익률 목표는 어느 정도로 하는 게 적절한가.
"보통 자산을 키우려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것보다 높은 수익을 거둬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올해 전 세계 실질 경제성장률은 3.5%다. 여기에 소비자 물가상승률(3.2 %)을 더하면 6.7%다. KEB하나은행의 VIP(최우수 고객)가 희망하는 목표 수익률은 6.45%였다. 보수적이라면 4~5%, 좀 더 공격적이라면 6~7%를 목표로 잡는 게 맞지 않을까 한다."
―지금 같은 저(低)금리 시대에 그 정도 수익률을 거두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올해는 채권을 포함한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 투자하길 권하고자 한다.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시장금리가 낮게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값이 올라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시장 변동성이 높아도 채권은 꾸준히 이자 수익을 준다. (이자·배당 등 수익을 정기적으로 얻는) 인컴형 상품도 추천한다. 채권형 펀드나 배당주 펀드 등이다. 시장 흐름과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내는 '절대 수익 추구형' 펀드나 부동산 펀드 등 대체 상품도 유망해 보인다.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니 금(金)이나 달러 등 외화 자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 투자한다면 어디가 좋을까.
"선진국 통화 중에서는 유로화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껏 유로화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경기 둔화 우려로 약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제는 악재가 많이 반영됐고, 하반기에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에도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 미·중 무역 협상에서 위안화 가치 절하를 제어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 앞으로도 가치 절상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해외 주식은 '상반기 신흥국, 하반기 선진국'을 권하고 싶다. 작년 주식시장을 괴롭힌 미·중 무역 분쟁 우려가 덜어지면서 상반기에는 신흥국 성과가 양호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연말로 가면서는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 그러면 선진국 비중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올해 피해야 할 위험 투자처가 있다면.
"경기가 완만하게 둔화하는 흐름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원자재 투자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낮다. 특히 정치적 이슈로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원유 관련 상품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 둘째, 정크 본드(비우량 회사채)도 위험도가 높다. 경기가 둔화하면 부도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신흥국 증시에 대한 투자는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시장이 상승세를 타더라도 섣불리 비중을 확대하지 않아야 한다. 매달 조금씩 돈을 붓는 적립식 투자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는 게 맞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영원한 고민거리다. 앞으로 부동산 전망은 어떻게 보나.
"올해도 부동산 규제 정책이 강화되는 등 시장 환경이 비우호적이기 때문에 하락 압력이 거세지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수도권 주거용 부동산(아파트)은 단기적으로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규제 지역인 서울 등은 약(弱)보합세를 예상한다. 상업용 부동산은 옥석(玉石) 가리기 현상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경기 침체로 공실이 늘어난 데 따른 부담이 커 거래가 다소 부진한 가운데 경쟁력 있는 매물은 주거용 부동산의 대체 투자처 등으로 빠르게 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이나 투자 초보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선 투자 목적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필요한 돈을 마련할 건지, 아니면 연금처럼 장기적으로 돈을 모을 건지 고민해야 한다. 둘째, 젊은 층일수록 매달 조금씩 돈을 넣는 적립식 투자가 좋다. 그러면 시장이 좋을 때와 나쁠 때 나눠서 돈을 넣기 때문에 위험을 덜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곳에 '올인'하기보다는 주식·예금·특화상품 등에 골고루 나눠서 투자하길 권한다. 교토삼굴(狡兎三窟·꾀 많은 토끼는 굴을 세 개 파둔다)이라는 말이 있다. 투자처를 다양하게 가져가면 한 쪽이 안 좋아도 다른 쪽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