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대에서 비롯한 러시아 경찰, 무장경찰 조직 방대
그와 비슷한 역사 갖는 중국, '공안'과 '경찰'은 서로 다른 개념
러시아 경찰의 공식적 명칭은 오랜 동안 '민병대(Милиция∙밀리찌야)'였다. 소비에트 혁명 기간과 소련 건국, 그리고 구소련 해체 시기와 이후의 러시아까지 이 명칭을 계속 사용했다. 이제는 국제적 통용 명칭인 '경찰(Полиция∙폴리찌야)'로 바뀌었다. 사람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뇌물을 챙기던 악명높은 밀리찌야에서 '치안 서비스'를 담당하는 폴리찌야로 변신한다고 공언을 하고 있다.
밀리찌야가 탄생한 배경에는 차르의 제정 러시아가 있다. 제정 러시아에도 경찰이 있었다. 소비에트 혁명을 이끌던 볼셰비키에게는 내전 상황하에서 후방의 치안을 담당하는 조직이 필요했는데 그 일을 노동자와 농민이 맡았고 그 이름을 밀리찌야라고 했다. 소련 건국 후에는 밀리찌야가 경찰업무 뿐만 아니라 소방, 감옥관리까지 담당했다.
한편 중국에 사람들이 다녀오면 헷갈려 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공안은 무엇이고 경찰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 경찰에도 러시아와 비슷한 사연이 있다. 중국공산당은 국민당의 전면적 공세를 피해 대륙을 시계방향으로 도는 대장정 끝에 섬서성 주변에 자리를 잡는다. 이때 공산당 근거지의 사회치안과 공공질서를 담당할 '인민경찰대'를 창설했다.
중국공산당이 내전을 벌이며 대륙의 패권을 다투던 중국국민당의 중화민국에는 이미 경찰이 있었다. 이후 일본 제국주의와 국민당을 동시에 상대하며 싸우던 중국공산당은 적들의 간첩활동에 대응할 필요까지 생겼고, 국민당의 '경찰'과 차별화할 필요도 있었기에 공산당 각 해방구에 '공안국(公安局)'을 만들었다.
공산당은 국민당과의 전세에 승기를 잡으며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공안부'를 창설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후에는 '인민정부 공안부'가 출범했다. 공안부 산하에는 각 성(省)∙자치구의 공안청과 직할시∙시∙자치주∙현의 공안국, 구의 공안분국, 그리고 각지역에 공안파출소를 두고 있다. 러시아 밀리찌야와 마찬가지로 중국 공안부가 맡는 분야는 다양한데, 경찰업무, 교통관리, 반테러, 사이버 보안, 소방, 감옥관리, 국적∙호적∙신분증 관리, 국경∙출입국관리, 외국인 체류, 기관∙단체∙기업에 대한 치안∙보위 업무에 걸쳐 있다.
일반인들이 헷갈려할 수 있는 부분은 두 가지인데, 첫째, 중국에는 공안경찰 이외의 다른 경찰이 있으며, 둘째, 중국 공안부에는 경찰이 있고 경찰이 아닌 공무원도 있다는 점이다. 첫째, 중국에서 공안 이외의 경찰은 법원과 검찰의 사법(司法)경찰, 그리고 대간첩 업무와 정권 보위를 담당하는 국가안전부의 국안(国安)경찰이 있다. 둘째, 공안부와 관련 있는 경찰은 일반적인 경찰 이외에 교통경찰인 교경(交警), 감옥을 관리하는 옥경(狱警) 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안부 안과 밖의 모든 경찰을 통틀어 인민경찰이라 하고 민경(民警)이라 통칭한다. 그러므로 중국에서 공안과 경찰은 어느것이 어느것을 포함하거나 상하위의 개념이 아니라, 서로 다소 다른 개념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과 외국기업이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거주하거나 사업을 할 때 중국 공안 또는 러시아 밀리찌야와 상대해야 할 상황이 빈번하다. 그 상황은 출입국, 거주등록, 체류증, 비자, 교통, 소방 등 이외에도 거주와 비즈니스의 목적에 따라 매우 다양한데, 공안 또는 밀리찌야 때문에 난관에 봉착했거나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이 제법 많다.
러시아와 중국 경찰의 또 다른 공통점 중 하나는 무장경찰 조직이 방대하다는 것이다. 소비에트 혁명 시절 탄생한 내위부대(內衛部隊∙Внутренние войска)가 그 시초이다. 반혁명분자, 적대세력을 찾아내 제거하고 볼셰비키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의 철도, 광산 등 주요 자산을 지키며 주요 정치 인물과 세력을 보위하는 것이 임무였다. 홍군이 군대의 역할을 담당했고, 밀리찌야가 경찰 그리고 부가적 역할을 맡았다면, 내위부대의 역할은 군대와 경찰의 역할을 오가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소련과 러시아의 무장경찰인 내위부대는 BB라고 불리우며 명성 또는 악명을 떨쳤다. 소련 시기와 구소련 해체후의 러시아에서도 코카서스(카프카스) 등 소수민족 지역에 파견되어 무력 진압을 하고 계엄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2016년 푸틴은 이 무장경찰 조직의 이름을 국가근위군(國家近衛軍∙Национальная гвардия)으로 바꾸었다. 국가근위군은 내위부대와 마찬가지로 시민, 차량, 가택에 대한 검문을 하고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
중국에도 러시아와 비슷한 조직이 있다. 바로 무장경찰이다. 중국의 길거리에서 번호판에 WJ라고 써있다면 그것이 우징(무경∙武警)의 차량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당시 '인민공안 중앙종대(纵队)'가 중국 무장경찰의 전신이다. 1958년 '인민 무장경찰 부대'로 바뀌었다. 1963년에 '인민 공안부대'로 돌아갔다가 1982년에 다시 '인민 무장경찰 부대'로 되었다. 무장경찰 조직의 명칭은 명백하게 경찰이지만 조직원의 공적 신분은 경찰이 아니라 군인이다.
중국 무경의 역할은 러시아의 내위부대와 비슷하다. 금광, 수자원, 삼림등의 주요 자산을 지키는 것이다. 천안문 광장 국기 승하강 의식등 의장대 기능은 군 의장대로 넘겼다. 중국 무경 조직 내에서 내위총대(内卫总队)는 대테러, 정치 요인과 세력 보위의 임무를 가진다. 기동총대(机动总队)는 돌발적 또는 대규모 집단 폭력사태를 진압한다. 전시에는 인민해방군과 공동 작전을 수행한다. 해양총대(海洋总队)는 해양경찰의 기능을 가지는데, 연근해 치안과 밀수, 마약 범죄를 담당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긴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사회주의를 같이한 역사 등을 공유하는 특수한 관계이다. 경찰에 관련된 내용들만 봐도 두나라의 독특한 공통점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한국 전쟁 이후 미국과 일본에 대한 관심과 교류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관심과 교류가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는 시장경제를 운위하는 러시아, 중국과 교역하며 상호 이익을 추구해 오고 있다. 시장이 협소한 한국으로서는 지역적으로도 붙어 있고 소비자의 규모도 큰 두 나라와의 경제적 거래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현대의 디지털 경제와 글로벌 교역이라는 두가지 테마만으로도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 러시아 시장을 포함한 세계로 활동 범위를 넓힐 동인이 된다. 더구나 동북아의 정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수록 육로로 연결된 경제권은 활성화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광의의 중국어권 시장과 러시아어권 시장도 함께 묶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필자 오강돈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 GM, CJ 국내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디자인기업, IT투자기업 경영을 거쳐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등을 집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판매, 사업을 총괄했다. 한중마케팅(주)를 창립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