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사업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료전지 자회사를 청산하기로 한 데 이어, 수(水)처리 관리·운영 자회사와 환경시설 설계·시공회사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전자장비(VC), 로봇,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전자(066570)는 최근 수처리 관련 자회사 하이엔텍과 환경시설 자회사 엘지히타치솔루션의 매각주관사 선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매각 관련 움직임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재계에선 이번 매각설(說)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LG전자 사업개편의 일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 비주력 자회사 매각·청산 속도… 확보한 현금은 전장 등 신성장동력에 '올인'

매각설이 흘러 나온 하이엔텍과 엘지히타치워터솔루션은 2011년 만들어진 회사다. 2010년 LG전자가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수처리 분야를 내세우며 설립했다. 하이엔텍은 대우건설로부터 600억원 상당에 인수한 회사고, 엘지히타치워터솔루션은 일본 히타치가 지분 49%를 지닌 합작사다.

하이엔텍과 엘지히타치워터솔루션은 2017년 각각 1397억원, 3633억원의 매출을 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7억원, 333억원이었다. 지난해 LG전자의 연결기준 매출이 61조3417억원, 영업이익이 2조7033억원에 달했음에 미뤄볼 때 비교적 작은 자회사다. 두 회사의 매각액은 총 5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주력 자회사 정리로 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LG는 최근 그룹사 차원에서 비주력 사업 정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ZKW 직원이 차세대 헤드램프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자회사 매각·청산 등을 통해 확보한 여유자금은 신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9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19 기자간담회에서 "M&A 대상 50여곳과 접촉하고 있다"며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거나, 지분 투자로 협력관계를 구축한 뒤 M&A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LG그룹은 지난해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과 함께 공격적인 M&A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와 LG전자는 지난해 차량용 헤드램프 업체인 ZKW를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인 11억유로(약 1조4400억원)에 사들였다. 이는 LG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M&A다. 올해 상반기 중엔 항공기 객실 내 전장 개발을 위해 독일 루프트한자 테크닉(Lufthansa Technik AG)과 합작법인(Joint Venture)을 설립할 계획이기도 하다.

LG전자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장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C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1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ZKW 실적 반영으로 매출이 2017년 4분기 8200억원에서 1년 만에 70% 이상 늘었다. 적자 규모도 2017년 4분기 420억원대에서 지난해 4분기 280억원대로 줄어들어, 올해는 첫 흑자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전경.

◇ '15분기 연속 적자' MC사업부가 발목 잡지만..."정리는 없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하고 있는 LG전자에겐 휴대전화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부의 실적 악화가 뼈아프다. MC사업부는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753억원, 매출은 15조77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9.5%, 7% 줄었다.

4분기에만 3000억원 이상 영업손실을 기록한 MC사업부가 타 사업부 실적을 깎아먹었다. LG전자 MC사업부 매출은 2017년 4분기 2조92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4분기엔 1조7100억원으로 41%가량 줄었다. 영업적자 또한 2160억원에서 3200억원대로 늘어났다.

일각에선 LG전자가 신사업에 안착하기 위해선 MC사업부를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LG전자는 5G, IoT(사물인터넷) 등 미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회사 내부적으로 휴대전화를 IoT, 자동차, AI 등 신사업 구심점이 될 중요 사업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의 적자를) 미래를 위한 투자로써 지켜봐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