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국 4과 체제로 전환…7년만에 대규모 조직 개편
"혁신성장 성과 내겠다" 홍남기 부총리 의중 반영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을 추진하는 전위대(前衛隊)역할을 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창설된 혁신성장본부가 오는 20일쯤 기획재정부 정규조직으로 재출범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혁신성장본부는 현재 임시 조직으로 팀장은 현직 국들이 겸직하고, 실무를 맡는 직원은 파견을 받아 근무하는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주도로 출범했지만, 정부 외곽 조직에 불과해 정책 추진에 한계를 갖고 있었던 혁신성장본부가 정부의 정식 조직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4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재부와 인사혁신처는 혁신성장본부를 기재부 정규조직으로 편재시키는 조직개편안에 합의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20일쯤 조직출범이 가능하도록 실무 절차를 밟고 있다.
기재부 안에 편재되는 혁신성장본부는 현재처럼 이호승 1차관이 정부 측 당연직 본부장을 겸임하고, 그 아래에 1국(局) 4과(課) 규모의 실무조직을 두기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상설 조직 설치 및 정원과 관련된 협의는 끝난 상황이고, 기재부와 인사혁신처의 업무 협의 절차가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혁신성장본부는 현재 기재부 제1차관과 민간 전문가가 공동 본부장을 맡고, 밑에 팀장 밑 실무자를 임시로 파견 받아서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기재부 훈령에 따라서 설치된 임시 조직이기 때문에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형태로 운영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팀장 등 관리자들은 기재부 현직 국·과장들이 겸임하거나 아니면 해외 파견을 앞둔 사람들이 맡았다. 혁신성장본부가 성과를 낼 수 없었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이 같은 기형적 조직 형태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기재부 안팎에서 나왔던 이유다. 혁신성장본부는 업무량과 중요도가 과중하나 비상설조직으로 운영되다보니 정책에 추진력이 실리지 않고, 근무하는 직원들도 여건이 좋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
혁신성장본부가 상설 조직화된 데에는 '혁신성장의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정부 안팎의 설명이다. 혁신 성장 관련 과제가 몇 개월 동안 몰아치는 방식으로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상설 조직화를 통해 추진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정부 안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혁신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게 부처간 협의와 의제 발굴 능력"이라며 "이를 전담할 상설 조직을 만들어서 승차 공유, 규제 샌드박스, 헬스케어 신기술 육성 등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 출범 이후 소득주도성장 정책보다는 혁신성장 정책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분위기와도 연관된다. 최저임금 인상 등 1기 경제팀이 매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고용과 소득분배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지표상 부진이 장기화되는 모습을 나타내면서 혁신성장의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는 방향으로 정책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혁신성장본부는 현재 규제혁신기업투자팀, 선도사업 1·2팀, 혁신창업팀 등 크게 4개 팀으로 이뤄져 있다. 이 자리를 그대로 과장급 간부가 맡게 된다. 기존 팀장들이 국장급이었던 것에 비해 급(級)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겸무가 아니라 정식 보직을 전담으로 부여받기 때문에 업무 집중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리고 이 4개 과를 총괄한 국장이 추진단장 또는 기획단장으로 혁신성장본부 실무를 책임지게 된다. 조직 규모는 거의 변화가 없으면서, 전담 관리자가 배치되는 형태다. 혁신성장본부는 기재부 정규조직으로 전환하더라도 서울 남대문 대한상의 건물에 있는 사무공간은 유지할 계획이다. 기업측을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민간기구들과 혁신성장 정책을 함께 추진하는 프레임(틀)을 구축하는 방안에도 홍 부총리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기재부와 대한상의와의 규제혁신에 대한 협업을 주문한 상황이다.
행정안정부와 인사혁신처 등은 정부 조직이 커지는 것을 엄격히 통제해왔기 때문에 한꺼번에 국장 1명, 과장 4명에 일선 직원 30여명짜리 조직을 만들고, 정원을 늘리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기재부에서 1국, 4개과가 신설되는 조직 확대는 자유무역협정본부가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된 지난 2012년 정부조직개편 이후 7년만이다.
한편 기재부는 혁신성장본부의 정규 조직화와 함께 민간 공동본부장 선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간 본부장 자리는 이재웅 쏘카 대표가 작년말 사임한 뒤로 공석이다.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대화 움직임이 무르익고 있는 만큼, 민간의 혁신 에너지를 정부에 전해줄 수 있는 민간 본부장 선임이 시급하다는 게 홍 부총리의 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정책조정국이 민간 본부장 선임을 위해 전방위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