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G) 통신은 어느순간 지겨운 소재가 됐다. 잦은 광고와 홍보 탓이다. 롱텀에볼루션(LTE)보다 약 20배 빠르고 초저지연성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대부분이 안다. 초저지연성은 실시간에 가까운 반응 속도를 말한다. 하지만 5G 콘텐츠를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없었다.

이 때문에 5G를 ‘뜬구름 잡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통신 3사가 이번에는 이를 간 모양새다. 통신 3사가 25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9’에서 선보인 5G 체험형 기술에 관람객들의 이목이 쏠렸다.

◇ SK텔레콤, VR 기기 쓰고 인테리어 바꾸기도

SK텔레콤은 MWC 2019가 열리는 피라 그란 비아(Fira Gran Via) 전시장의 제3홀 중심부에 단독 전시관을 열었다. 5G 커넥티드 스페이스, 5G 커넥티드 팩토리, 5G 소셜 가상현실(VR) 등을 선보였다.

25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 제3홀 SK텔레콤 부스에서 5G 하이퍼 스페이스 플랫폼을 체험하는 모습.

5G 하이퍼 스페이스 플랫폼은 관람객들이 VR 기기를 쓰고 현실 세계를 그대로 복제한 호텔이나 사무실 같은 가상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다. 손에 쥔 센서를 활용해 레스토랑 예약이나 집안 인테리어가 가능하다. VR 기기를 쓰면 가상공간이 눈앞에 나타난다. 센서를 움직이면 가상공간 내 쇼파나 거울 등을 움직일 수 있다.

25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 제3홀 SK텔레콤 부스에서 5G 커넥티드 팩토리를 시연하는 모습.

5G 커넥티드 팩토리에서는 공장 생산라인에 5G 네트워크·인공지능(AI)이 결합돼 제품의 결함 여부를 빠르게 확인하는 솔루션이 소개됐다. 근로자는 AI와 협업을 통해 생산성을 최대 2배 높일 수 있다. SK텔레콤은 컨베이어벨트을 놓는 식으로 전시관을 꾸며 직관적으로 솔루션을 소개했다.

25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 제3홀 SK텔레콤 부스에서 소셜VR 체험을 하는 관람객의 모습.

VR 기기를 쓰고 가상공간에서 함께 영화를 보거나 스포츠 관람을 할 수 있는 ‘소셜VR’ 체험 공간도 제공됐다. 가상공간에서 음성으로 대화하거나 캐릭터를 만들어 이모티콘을 보낼 수도 있다.

◇ KT, 바르셀로나서 부산에 있는 비행선 조종하는 체험 제공

KT는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 제4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공동관에 부스를 차렸다. KT는 5G 스카이십, 5G 리모트 콕핏, 5G 팩토리 등을 선보였다.

25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 제4홀 KT 부스에서 한 관람객이 5G 스카이십을 조종하는 모습.

5G 스카이십은 실시간으로 부산 해운대 상공을 비행하는 비행선을 조종할 수 있는 서비스다. 5G의 속도 덕분에 지연 없는 조종이 가능하다. 부산에 구축된 KT의 5G 네트워크와 부산에서 바르셀로나까지 육상·해저케이블을 포함한 약 2만㎞의 국제 회선을 통해 바르셀로나로 실시간 전달된 덕이다. 실제 원격 조종 체험 부스도 제공돼 관람객들이 5G 스카이십을 조종하기도 했다.

25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 제4홀 KT 부스에 설치된 5G 커넥티드 로봇이 외부 지능 서비스와 연결돼 조립해야 하는 부품을 집는 모습.

5G 팩토리 안의 5G 커넥티드 로봇은 산업 현장의 로봇들이 5G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 지능 서비스와 연결된 솔루션이다. 공장에 위치한 컴퓨터에 의존하지 않고 생산 공정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25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 제4홀 KT 부스에 설치된 5G 리모트 콕핏.

5G 리모트 콕핏은 KT 5G 네트워크를 통해 차량·도로 인프라를 실시간 원격 관제하는 시스템이다. 원격 관제 기술을 통해 차량 내 응급상황을 진단하고 대응할 수 있다.

◇ LG유플러스, VR·AR로 5G 체험 승부

LG유플러스는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 제3홀에 LG전자와 함께 부스를 차렸다. LG전자의 스마트폰 ‘V50 씽큐’와 ‘G8 씽큐’가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LG유플러스는 양보다는 질로 승부를 봤다.

25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 제3홀 LG전자·LG유플러스 부스에 설치된 VR 체험 장소.

LG유플러스는 프로야구·골프·아이돌라이브 기능을 포함한 VR·증강현실(AR) 서비스를 선보였다. U+프로야구는 홈이나 1루 등 원하는 경기 상황을 최대 4개까지 골라보는 기능과 실시간 경기 분석을 해주는 콘텐츠가 특징이다. U+골프는 원하는 골프 선수만의 경기를 볼 수 있는 골프 특화 콘텐츠다. U+아이돌라이브는 원하는 아이돌 멤버를 원하는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다. 5G 네트워크로 대용량 콘텐츠도 실시간으로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실제 VR 콘텐츠를 체험한 한 관람객은 "골프 콘텐츠가 매우 실감난다. 집에 하나 두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상용화를 앞두고 5G는 뜬구름 잡는 기술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며 "그동안 고객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5G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개발되면서 5G에 대한 인식이 빠른 속도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