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화웨이가 5세대(G) 폴더블(접고 펴지는)폰을 각각 내놨다. 폴더블폰은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평준화해 침체기에 빠진 스마트폰 업계의 기술적 돌파구로 평가된다.

폴더블폰은 지난해 11월 중국 스마트폰 업체 ‘로욜'이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갔다. 올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를 전후로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폴더블폰을 내놨다. 로욜도 마찬가지지만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내놓은 폴더블폰은 공개 직후부터 단점이 지적된다. 폴더블폰이 접히는 힌지 부분에 빛 반사·주름 등이 보인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업계 관계자는 "현재 폴더블폰은 아직 1세대에 불과하다"며 "힌지 부분의 주름이나 살짝의 굴곡 등은 아직 기술적으로 어쩔 수 없다. 점차 세대를 거쳐가며 발전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24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공개된 화웨이 5G 폴더블폰 ‘메이트X’의 힌지 부분에 보이는 주름.

화웨이는 24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5G 폴더블폰 ‘메이트X’를 공개했다. 전면 6.6인치·후면 6.3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전면 디스플레이 뒷편에 접힌 후면 디스플레이를 펼치면 8인치까지 커진다.

메이트X는 5G 통신이 가능하다. 4500밀리암페어시(mAh) 배터리 용량이 장착됐으며 화웨이의 기린 980 프로세서가 장착됐다. 램은 8기가바이트(GB)에 512GB 메모리 용량이 장착됐다.

스펙은 좋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가격은 2299유로(약 292만원)로 올해 중순 출시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20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선보인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의 출고가가 1980달러(약 222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70만원이 더 비싸다.

문제는 70만원을 더 주고 구매할 가치가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메이트X는 두 개의 디스플레이를 펼쳤을 때 8인치에 아웃폴딩(바깥으로 접는) 방식이다. 반면 갤럭시 폴드는 7.3인치에 인폴딩(안쪽으로 접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제조업계는 인폴딩 방식이 아웃폴딩 방식보다 기술적으로 개발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화면에 주름이 생기는 것도 문제다. 리차드 유 화웨이 컨슈머 비즈니스 최고경영책임자가 폴더블폰 시연을 할 때, 화면 위를 엄지로 꾹꾹 누르며 주름을 펼치려는 장면이 보여지기도 했다. 첨부된 화웨이 폴더블폰 시연 영상을 보면 화면 힌지 부분에 우글거리는 주름이 빛에 반사된다.

화웨이는 메이트X 크기가 더 낫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와 비교해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리처드 유 화웨이 최고경영자는 "요즘 스마트폰은 6인치인데, 갤럭시 폴드는 접었을 때 4.6인치, 펼쳤을 때도 7.2인치에 불과하다"며 "메이트X는 8인치를 넘는다"고 말했다. 실제 갤럭시 폴드를 펼쳤을 때 화면크기는 7.3인치이지만 7.2인치라고 잘못 설명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화웨이가 폴더블폰의 본질적인 기술보다 사소한 것에 집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차드 유 화웨이 컨슈머 비즈니스 최고경영책임자가 24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폴더블폰 시연 행사를 하면서 ‘메이트X’의 화면을 엄지로 누르는 모습.

갤럭시 폴드는 시연 당시 유튜브와 구글 맵 사용 장면을 무난히 선보였다. 뛰어난 앱 호환성에 여러 매체들은 호평을 보낼 정도였다. 갤럭시 폴드의 힌지 부분에 접힌 흔적으로 인한 빛의 굴절은 보이지만 화웨이 제품에서 나타난 우글거리는 주름도 없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기술력은 매우 우위에 있다"며 "화웨이가 폴더블폰을 선보이지만 기술력으로는 삼성전자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 힌지 부분에 보이는 빛의 굴절.

결국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대응에 서두르려다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항상 삼성전자를 라이벌로 의식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내놓으면서 이를 따라잡으려다가 조금 기술적으로 부족한 폴더블폰을 내놓은 셈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