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새로운 발병 원인을 규명했다. 그동안 면역반응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방관자 T세포'가 사실 다양한 면역질환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이용하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치료방법도 찾을 수 있다.
최제민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자가면역질환에서 방관자 T세포의 역할을 최초로 규명하고 새로운 발병 기전 단서를 제시했다고 25일 밝혔다. 자가면역질환은 인체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해 면역세포가 자기 스스로를 공격하는 질환이다.
일반적인 T세포는 외부로부터 병원균이 침투했을때 이 병원균을 항원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반응을 한다. 하지만 T세포와 똑닮은 방관자 T세포는 이 항원 반응을 보이지 않는 특성으로 지금까지 면역반응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이 사실을 뒤집은 결과다. 연구팀은 방관자 T세포들이 면역반응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항원 인식없이 오히려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면역반응에 적극 참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중추신경계 자가면역질환인 다발성 경화증을 유발한 생쥐를 관찰한 결과, 활성화된 방관자 T세포는 척수 조직으로 이동해 '인터루킨-17A', '인터페론-감마', 'GM-CSF' 등 신호물질을 분비해 다발성 경화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루킨-17A, 인터페론-감마, GM-CSF 등 신호물질은 자가면역질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 기능성 단백질이다. 이 물질의 발현량이 많아지면 환자는 심한 염증과 통증을 겪는다.
특히 연구팀은 혈액으로부터 분리한 '인간말초혈액단핵세포(PBMC)' 내에 존재하는 'CD4 T세포'가 신호물질 '인터루킨-1베타'를 발현하고 방관자 T세포를 활성화 시킨다는 점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인터루킨-1베타 등을 통해 방관자 T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면 자가면역질환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를 조절하는 치료제에 방관자 T세포를 조절하는 기능까지 더할 경우 몸 속의 자가면역반응을 강력히 억제할 수 있다.
최제민 교수는 "이 연구는 방관자 T세포의 역할이 적응면역반응과 자가면역질환의 발병 원인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며 "향후 방관자 면역세포들의 다양한 역할과 이들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연구를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2월 12일자 논문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