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14주 연속 하락한 것과 달리 신(新)고가를 경신하거나 호가가 내려가지 않는 아파트들이 나오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주 대비 0.06%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14주째 연속해서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올해 들어 최고가를 경신한 아파트 단지들이 10곳을 넘어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용답동 중앙하이츠는 전용면적 84㎡가 5억25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신고가 5억1000만원보다 높은 금액이다. 이를 포함해 이달 신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확인된 매물만 도봉구 방학동 대원그린아파트(1억8400만원), 강동구 신성둔촌미소지움2(7억4500만원) 등 4개에 달한다. 지난 1월에도 강남구 도곡동 도곡쌍용예가 전용 66㎡이 12억원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12월보다 3000만원이 더 오르는 등 6개에 달하는 아파트가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를 두고 일부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서울 집값은 떨어진다는데 왜 신고가를 경신하거나 인근 단지보다 여전히 높은 호가의 집들이 있는 이유가 뭐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평가된 특정 단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봤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신고가를 경신한 집 대부분은 지난 호황기 동안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 폭이 작았다"며 "이런 특정 단지 아파트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에 수요자들이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런 저평가 아파트들은 가격이 대부분 9억원 이하이기 때문에 대출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성동구 중앙하이츠를 포함해 도봉구 방학동 대원그린, 노원구 공릉동 우방아파트(4억원) 등 신고가 경신 아파트 6곳이 6억원 이하였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도 전체 아파트값 하락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8㎡는 지난달 14억8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9월 18억원을 넘긴 금액에 거래됐던 것에 비하면 3억원 이상 값이 떨어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북 지역 개발 호재나 저평가 특정 단지만 골라 틈새시장을 노리는 반짝 매수"라며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주요 지역과 단지 실거래가는 당분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