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중인 A씨는 휴대폰 앱을 켜 냉장고 안을 살폈다. 두부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퇴근길에 슈퍼마켓에 들려 두부 한 모를 샀다.

#오늘따라 몸이 안 좋은 B씨는 반신욕을 하기 위해 휴대폰 앱을 켜 자신의 집 화장실 욕조에 온수를 틀었다. 물이 적절한 높이까지 차오르자 욕조의 센서가 반응해 수도가 저절로 잠겼다.

사물인터넷(IoT)의 성장으로 이같은 미래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5세대(G) 통신이 상용화되면 IoT 산업은 더욱 발전해 2024년에는 IoT 기기 연결 건수가 41억건에 다할 전망이다.

하지만 IoT가 발전하는 만큼, 보안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예전에는 도둑이 길거리에서 가죽 지갑을 훔쳤다면, 이제는 도둑이 자신의 집안에서 남의 자동차나 집안 자체를 훔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포르노 사이트에는 일반 가정의 폐쇄형회로(CC)TV를 해킹해 얻은 음란 동영상이 올라올 정도다.

◇ 5G 상용화 맞춰 IoT 산업도 급성장

5G와 인공지능·사물인터넷이 합쳐져 가상현실에서도 회의를 나눌 수 있는 스마트오피스의 모습.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월 공개한 2018년 국내 사물인터넷 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IoT 사업체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 1212개에서 2018년 2204개로 연 평균 22.1% 증가하고 있다. IoT 매출액도 2015년 4조6709억원에서 2018년 8조6081억원까지 연 평균 22.6% 증가했다.

5G가 상용화되면 IoT 산업 성장세가 가속될 전망이다. 에릭슨LG가 지난해 12월 발행한 에릭슨 모빌리티 보고서를 보면 셀룰러데이터를 이용한 IoT 연결 건수는 연평균 27% 성장하고 2024년에는 연결 건수가 41억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IoT 산업 성장 가능성을 보고 IoT 분야 혁신 아이디어와 역량을 가진 중소·중견기업을 발굴해 약 79억원을 지원하는 공모전도 19일부터 진행 중이다.

◇ IoT 산업 성장하는 만큼, 보안 우려도 성장 중

IoT 기술로 모든 물체가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의 조형도.

IoT는 작게는 전등부터 크게는 빌딩까지 접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집안에 있는 CCTV도 IoT의 한 종류이며, 빌딩 전체의 전력을 감지하는 센서도 IoT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IoT 발전과 보안의 패러다임 변화 보고서'는 "자동차, 조명, 가전 등 다양한 사물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됨에 따라 모든 것이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가 조만간 실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로는 IoT가 꼽힌다"고 했다.

이처럼 IoT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보안 우려도 제기된다. 집안의 CCTV가 해킹될 경우 집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IoT 금고도 해킹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해킹당할 경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2013년 미국 해커 페스티벌 '데프콘'에서 트위터 엔지니어 2명이 일본 도요타 프리우스 2010년형 모델과 미국 포드 이스케이프 2010년 모델을 해킹해 차량을 조작하기도 했다. 완벽한 보안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이같은 우려가 제기되는 셈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IoT는 자동차나 전등·냉장고까지 하나로 합치는 기술"이라며 "스마트폰 보안만 신경쓰다가 이제는 냉장고와 자동차에 탑재된 IoT 보안도 신경써야 하는 시대가 오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해킹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 IoT 표준 정립 통해 보안 체계 갖춰야 상용화 원활

여러 기술의 융합인 IoT를 주도하는 글로벌 표준이 필요하다.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가 인터넷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IoT 상용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으로 '철저한 보안(26.7%)'이 꼽혔다. 그 뒤를 '저렴한 가격(23.3%)', '일상 생활 도움(18.7%)'이 이었다. IoT 보급의 가장 큰 우려는 '해킹 위험(82%)'이 꼽혔다. 그 뒤를 '가격 부담(56.7%)', '호환성 저하(40%)'가 이었다.

IoT 보안 유지는 어렵다. IoT는 여러 기술의 융합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보안 표준은 각각 다르다. 냉장고나 금고까지 연결되면 호환성 문제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표준 등의 절차를 통해 보안 체계를 성립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IoT 기술을 주도하는 글로벌 표준은 없다.

지난해 9월 발행된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의 연구 보고서는 "표준 기관·기업·정부 등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IoT와 기존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시티 구현이 수월해질 것이다"고 했다. 결국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기관이 함께 표준을 완성해야 IoT 보안 체계가 수립된다는 얘기다.

배상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IoT는 여러 요소 기술의 융합으로 인해 각 기술의 취약점 발생 가능성뿐 아니라 기술이 융합되어 발생하는 새로운 취약점까지 대비해야 한다"며 "특히 표준 정립은 보안 측면에서 위협 예방 및 대응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