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비상사태 선포·수입차 관세 등

험난한 2018년을 보낸 한국 증시가 올해 들어서는 10%가량 오르며 선방하고 있다.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상황임을 감안할 때 현재의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주식시장을 둘러싼 대외 리스크가 완화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 외에도 미국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수입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미·북 정상회담 등이 당면한 대외 변수로 꼽힌다. 공통점은 거의 모든 변수의 중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발(發) 변수 투성이

지난 15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했다. 당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시민단체의 소송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 이슈가 한국 증시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신경써야 할 변수가 하나 더 늘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법원이 이번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권력 남용으로 판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로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과거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임기 시절에도 탄핵 이슈가 불거지면서 주식시장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으나 미국 인프라 투자와 관련된 분야는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미 상무부가 '수입차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라는 결론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는 소식도 국내 증시에는 독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고율관세 부과나 수입량 제한 조치를 결정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미 정부가 유럽산 자동차에 고율관세를 부과한다면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는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태도를 수시로 바꾼다는 점 역시 국내 증시 참여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핵 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그저 (핵·미사일) 실험을 원치 않을 뿐"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핵무기를 없앨 것이라고 장담하던 1차 정상회담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직후 뉴욕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앞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근 오르지만 동력 약해

18일 오후 1시 33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47%(10.43포인트) 오른 2206.52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종가인 2041.04와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8.11% 상승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0.92%(6.82포인트) 상승한 745.48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작년 종가(675.65포인트)보다 10.34% 오른 상태다.

그러나 코스피지수의 3000포인트 돌파를 기대했던 2017년을 재현하기에는 재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증권(016360)은 "연초 국내 증시의 상승을 견인했던 외국인 매수세가 최근 약해졌다"며 "달러 약세 완화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 둔화가 원인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한국의 올해 이익 전망치 개선 추세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 우려에 사로잡혀 있는 국내 투자심리가 트럼프 리스크 같은 대외 변수에 계속 노출되면 현 수준의 상승세 정도는 금세 꺾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박상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적해야 할 전선이 중국은 물론 북한·유럽·민주당 등으로 크게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불확실성이 증폭될 여지가 높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