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연체위기자 신속지원제도' 도입
미상각채무도 원금의 최대 30%까지 감면
금융당국이 연체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신용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연체위기자에 대한 신속지원 제도를 만들었다. 연체 30일 이후에는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연체부담이 커지는 만큼 연체가 발생하기 이전에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해서 '신용회복의 골든타임'을 지키겠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와 신용회복위원회는 18일 개인채무자 신용회복지원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 방안은 지난해 12월 21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편방안에서 발표된 내용들을 구체화한 것이다.
금융위는 이번 대책을 통해 개인채무자 신용회복지원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는데 주력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연체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채무조정 지원을 하는 '연체위기자 신속지원제도'다. 지금까지는 연체자의 채무조정에만 집중했다면 이번 대책은 연체가 발생하기 전에 한 발 먼저 움직인다는 게 특징이다. 기존 제도로는 개인채무자가 쓸 수 있는 가장 빠른 신용회복제도는 연체 30일 이후에 신청 가능한 신복위의 프리워크아웃 제도였다.
신속지원제도의 지원대상은 일시적으로 소득이 중단됐거나 감소한 게 확인된 다중채무자다. 최근 6개월 이내에 실업을 했거나 폐업을 한 경우, 3개월 이상 입원치료를 요하는 질환에 걸린 경우, 대출당시에 비해 소득이 현저하게 감소한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소득이 현저하게 감소한 경우에는 제도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신용이력 요건을 통과해야 한다.
지원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시적으로 채무상환이 어려운 경우에는 우선 6개월간 원금상환을 유예하는 지원을 받고, 그래도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 연체 90일이 지나는 시점에 맞춰 개인워크아웃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고의적 연체가 확인되면 개인워크아웃 신청에서 탈락하게 된다.
대출구조 자체의 문제로 소득이 원상태로 회복되더라도 정상 상환이 어려운 경우에는 최대 6개월간 원금상환 유례를 적용하고 그 이후에도 최대 10년간 장기분할 상환 혜택을 주기로 했다. 최준우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연체위기자 신속지원제도에 신청하면 연체정보 등록이 중단되면서 신용도 하락도 막을 수 있다"며 "한번 금융채무 불이행자에 등록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지켜주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연체자의 미상각채무에 대해서도 원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금융회사가 채권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장부상 손실로 처리하는 걸 상각 채권이라고 한다. 연체 후 6개월에서 1년이 지나면 금융회사가 상각하는 게 보통이다. 지금까지는 금융회사가 상각한 채무에 대해서만 원금을 깎아줬다.
금융위는 연체자의 빠른 재기를 위해서는 미상각채무에 대해서도 일부 원금감면이 필요하다고 보고 앞으로 최대 30%까지 미상각채무의 원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연체자가 갚아야 할 채무원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월소득 140만원(생계비제외 가용소득 40만원)에 채무원금이 5000만원(상각채무 3000만원, 미상각채무 2000만원)이 있는 1인가구 채무자가 신복위의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면, 기존 제도에서는 상각채무만 60% 원금감면을 받기 때문에 갚아야 할 돈이 3200만원이 남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미상각채무에도 30%의 원금감면이 적용돼 갚아야 할 돈이 2600만원으로 줄게 된다.
다만 미상각채무 원금을 감면해주기 위해서는 법인세법 개정이 필요해 시행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연내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신복위 채무조정 평균감면율이 현행 29%에서 최대 4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최 국장은 "연체 전부터 상환불능시까지 촘촘한 채무조정체계를 완성하게 됐다"며 "채무감면폭이 확대되면서 채무상환 기간이 단축되고 채무조정 실패율이 하락하는 등 연체자의 재기지원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