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

주대철(64) 세진텔레시스 대표는 30여년간 전자 분야에서 사업을 했다. 1980년대 중반 전자 부품 무역업을 하다가 1996년 전기·통신장비 회사 세진텔레시스를 설립했다. 휴대전화 키패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 제품 변신을 꾀하며 회사를 성장시켰다. 최근에는 스리랑카 등 동남아에 LED 조명을 공급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주 대표는 "기업이나 조직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끊임없이 변신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된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오는 28일 치러지는 중소기업중앙회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중기중앙회 이사, 부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누구보다 중앙회 내부 조직을 잘 안다"며 "협동조합의 공동 사업, 연구개발(R&D)을 강화해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중소기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에 핵폭탄과 같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데 임금까지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중소기업의 경우 원자재 구입비와 인건비가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정부가 중소기업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기업 현장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기업 규모,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

근로자의 소득을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린 것은 잘못됐다. 또 기업이 잘 돼 이익이 증가하고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무조건적인 근로시간 단축은 중소기업에 사업을 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줄어든 근로시간을 보완하기 위한 탄력근로의 단위 기간(3개월)을 연장해야 한다.

예를 들면, 승강기는 언제 고장이 날지 몰라 관리회사는 365일 24시간 출동할 수 있는 조직을 둬야 한다.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업체에 주 52시간만 근무하라고 하는 것은 사업을 접으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또 중소업체는 일이 몰릴 때가 많다. 주 52시간 근무해서 납기일을 맞출 수 없다. 업종마다 생산, 납품하는 기간이 다 다르다. 탄력근로 기간을 적어도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

- 중기중앙회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과정에서 중소기업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중기중앙회가 '식물 중앙회'로 전락했다는 말이 많다. 왜 역할을 제대로 못 할까. 리더의 문제다. 조직을 이끌기 위해선 강력한 카리스마는 물론 때로는 자신을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공정해야 한다.

현 중기중앙회 회장은 지난 2015년 회장 선거 당시 선거법을 위반해 아직도 위법 여부를 따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에 쓴 소리를 하지 못하고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중소기업이 경기 악화,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악의 상황에 처했는데 중기중앙회가 아무런 말도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기중앙회를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문제를 제대로 짚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곤란하다."

- 협동조합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협동조합의 공동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조합 고유의 공동 사업을 담합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관련 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기중앙회 조직은 중앙회 본부와 각 협동조합이 따로 따로 수직적으로 연결돼 있다. 조합 간 수평적 연결이 안 돼 조합, 특히 조합원 간 협업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협동조합 간 협력 시스템을 만들어 상호 협업할 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공동으로 제품을 구매해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연구개발(R&D) 등 다양한 협업을 할 수 있다."

- 다른 공약이 있다면.

"인터넷 은행 등 중소기업 전용 은행을 만들어 금융권으로부터 소외받는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젊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중소기업 기능대학도 설립할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 70% 이상이 고등학교, 전문대 졸업자다. 그들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중소기업 대표도 새로운 기술, 경영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트렌드에 뒤처지는 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주대철(사진 가운데) 대표는 중기중앙회 ICT산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ICT산업위원회.

- 2004년부터 중기중앙회 이사, 부회장 등 집행부로 활동하고 있다.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중앙회의 모든 권한이 회장에게 집중돼 있다. 부회장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회장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능력 있는 부회장을 뽑고 그들에게 권한을 주는 부회장 책임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중앙회 회장과 지방 협동조합 이사장 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 매주 화상 회의를 하는 등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중기중앙회 내부에 협동조합 민원상담소도 설치할 계획이다. 물류위원회, 국방조달위원회 등을 신설하는 등 산업별 위원회도 재편할 생각이다."

- 창업할 당시의 상황은.

"처음에는 전자 부품 무역 대리업으로 시작했다. 1980년대 중반 용산전자상가에서 반도체 등 전기·전자 부품을 미국, 일본에서 수입해 판매했다. 당시에는 반도체라는 전자부품 자체가 생소했고 해외 전화가 가능한 공중전화기도 없었다. 전기·전자 부품 관련 사업을 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996년 세진텔레시스를 설립해 유선 통신 장비를 직접 제조했다. 당시 거래를 하던 중소기업이 부도가 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고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세진텔레시스의 LED 조명등이 설치된 경기도 일산 킨텍스(KINTEX) 지하 주차장.

- 위기는 없었나.

"2000년대 초반 통신시장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뀔 때 회사가 무너질 뻔했다. 당시 국내 중소 유선 통신 제조업체 3분의 2 이상이 도산했다. 무선 통신(휴대전화 키패드 제조)으로 사업을 전환하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이 대세가 됐을 때도 위기였다. 기본의 휴대폰 키패드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또다시 업종을 전환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LED 조명등을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끊임없이 변신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중소기업 대표는 산업 트렌드를 읽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30여년간 사업을 하며 얻은 깨달음이다. 중기중앙회도 마찬가지다. 현재에 머무르지 말고 변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