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말 5명이 숨진 ㈜한화(000880)대전공장에서 이달 14일 또 3명이 숨졌다. 폭발로 인한 화재로 9개월만에 8명이 같은 사업장에서 사망하자 회사가 사고재발 가능성에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고 후 안전에 대한 조치와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화 대전공장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추진체 생산시설을 한화가 1987년 인수한 곳이다. ㈜한화는 서울 본사 외 대전·구미·여수·보은 등 4곳에 사업장이 있는데 대전에서는 한국형 미사일 추진체인 '천무' 등의 유도무기를 만들고 있다.

14일 화약과 폭약 등을 취급하는 한화 대전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 근로자 3명이 숨졌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촬영한 것으로 검은 연기가 나고 있다.

◇ "폭발성 강한 알루미늄 미립자가 자극 받았을 가능성 커"

이번에 사고가 난 대전공장 70동은 로켓 추진체에서 연료를 빼내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천무에는 고체연료가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고체연료는 화약인 고체추진제를 점화해 힘을 낸다. 고체추진제는 산소 등 산호제에 연료를 혼합해 고체화한 것이다. 액체로켓에 비해 많은 추진제를 넣을 수 있고 점화하는 순간 즉시 큰 힘을 낸다.

업계에서는 고체추진제에 포함된 알루미늄이 정전기 등 자극을 받아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통상 고체추진제는 알루미늄, 과염소산암모늄(AP), 추진제를 빵 반죽처럼 부풀 수 있게 도와주는 바인더 등으로 구성돼 있다. AP나 바인더는 스스로 폭발하지 않지만, 분말 형태의 알루미늄과 반응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알루미늄 자체가 폭발성이 강한 물질인데 가루 형태로 돼 있을 경우 미세한 정전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폭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위험물질인 AP나 바인더는 단독으로 폭발하지는 않지만, 100마이크론 이내 분말 형태의 알루미늄 미립자와 AP가 결합돼 섞여 있을 경우 폭발성이 확대된다"며 "일반적으로 로켓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미립자는 정전기에 취약하기 때문에 잘못 취급하면 크게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람이 죽을 정도로 큰 폭발이었다면 알루미늄과 AP가 결합된 상태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고체 추진체는 질산염(NO3)이나 과염소산염(MCLO4) 등의 물질이 폭발적으로 빠르게 반응하며 매우 높은 온도의 열을 방출한다"며 "이를 이용해 로켓이 발사되는 것이지만, 작은 자극에도 반응해 주변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도 "화약은 조그만한 자극이나 정전기에도 불이 나는 아주 예민한 산업"이라며 "숙련된 작업자들도 극도로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가 생산하는 차세대 다연장 유도탄 '천무'.

◇ 반복되는 사고…"사고 후속조치 제대로 이뤄졌나"

문제는 회사가 사고 재발 방지와 안전관리 강화를 약속한 후에도 폭발화재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폭발사고가 발생한 대전공장에서는 지난해 5월말에도 사망 5명, 중상 4명 등 9명의 사상자를 낸 곳이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총기연구실이 사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 로켓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나무 막대기 등으로 밸브를 치면서 발생한 충격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민감한 화학 물질을 다루면서도 안전 매뉴얼에 없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폭발사고가 난 뒤 고용노동부는 10여일간의 점검 과정 후 위법사항이 486건이라는 특별감독 보고서를 내며 공장에 과태료 2억6000만원과 217건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당시 이 공장은 안전관리 4단계 중 가장 낮은 등급인 'M마이너스' 평가를 받았다. 600명 중 보건관리 담당자는 1명뿐이었으며 안전 교육을 빼먹은 경우도 있었다. 화약 등 위험 물질로 채워진 공장에 경고 표시도 제대로 부착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숨진 직원들은 조립동 근로자 2명 김모(24)씨와 김모(24)씨, 품질검사 담당 김모(32)씨 등 3명이다. 3명 중 1명은 지난 1월 채용전제형으로 입사한 인턴직원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숙련자들도 극도로 긴장해야 하는 위험한 작업공간에 입사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인턴직원을 투입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옥경석 한화 화약방산부문 대표이사(가운데)와 회사 관계자들이14일 폭발사고로 3명이 사망한 대전공장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숨진 직원들과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다.

◇ 인원과 예산 늘렸지만 9개월 만에 또 사고…"예방조치 부족"

회사 측은 지난해 5월말 사고 이후 원격 제어시스템을 도입하고 안전관리 인원을 10명에서 20명으로 늘렸다. 예산도 60% 이상 증액하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매일 아침 안전관리 교육을 강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1년도 안되어 다시 사고가 났다는 것은 결국 예방조치가 부족했다는 것"이라며 "사업장이 방위사업을 영위하는 국가보안시설로 엄격한 보안을 유지해야한다는 핑계로 ㈜한화가 상황을 대충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 후 ㈜한화 측의 입장도 9개월 전과 비슷하다. 옥경석 한화 화약 방산부문 대표이사는 14일 대전공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직원들과 유가족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고 깊이 사과드린다"며 "우리 임직원들은 사고를 수습하는데 모든 것을 집중하고 사고 근본 원인과 개선 방안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