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한웅(33) 씨는 신혼부부에게 청약 혜택이 많다는 지인들의 말에 아파트 청약을 알아보다가 결국 전셋집을 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직장생활 4년째, 결혼한 지 2년째인 김 씨는 맞벌이 부부다. 부부의 연 합산 소득은 대략 8000만원, 당장 손에 쥔 돈은 지금 사는 월세집 보증금을 합해 1억원 정도지만 신혼부부 특별 분양도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도 받을 길이 없었다. 6000만~7000만원 정도인 신혼부부 지원 제도의 소득기준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운 좋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대출금리 등 혜택을 받는 부분이 없다시피 하다"며 "소득은 꾸준히 있지만 모아놓은 돈이나 부모 도움이 없는 젊은 부부가 어떻게 집을 마련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겠느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설 연휴가 끝나고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지만, 맞벌이 신혼부부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 목돈은 없지만 부부의 소득이 아파트 청약 특별공급이나 대출 지원제도의 소득 기준을 웃도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2~3월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4만4459가구다. 이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 분양 예정 물량은 2만4785가구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40% 정도 많다.
서울 서대문구, 동대문구, 송파구 등 도심과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서 1000가구 이상인 대규모 단지 분양도 줄을 잇는다. 이달 분양 예정인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는 1116가구 중 419가구, 송파구 '거여2-1 롯데캐슬'은 1945가구 중 745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온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의 경우 총 1425가구 중 1253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분양되는 물량은 민영아파트의 경우 전체의 20%, 공공기관 등이 짓는 국민주택은 30%다. 혼인한 지 7년 이내인 무주택 부부에 먼저 배정하는데, 이 중에서도 75%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인 가구에 우선 공급한다. 지난해 적용된 3인 가족 기준 월소득은 약 500만원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 NH농협,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5개 기금 수탁은행을 통해 무주택자에게 낮은 금리에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의 경우, 신혼부부 기준은 혼인신고일 기준 5년 이내다. 연소득 기준은 부부 합산 70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문제는 수도권 집값은 이 같은 기준에 해당하는 맞벌이 부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 지역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은 1㎡당 평균 740만원(평당 약 2440만원)으로, 젊은 부부가 선호하는 전용면적 59~84㎡(17~25평)짜리 중소형 아파트라고 해도 평균 4억4000만원~6억2000만원은 마련해야 한다.
주택도시기금의 전세자금 대출 상품인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에도 금리가 연 2%대로 낮지만, 맞벌이 부부라도 연소득이 합산 5000만원을 넘으면 신청할 수 없다.
이 같은 정책 지원을 받을 만한 부부가 결혼한 지 5~6년 만에 몇 억원을 마련하기란 상속이나 증여 같은 경우를 빼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히려 연봉은 적지만 부모가 지원을 해 줄 여력이 되는 신혼부부가 이런 혜택을 받아 집을 마련할 수 있다"며 "자녀가 본인 명의로 신혼부부 대출을 받아 청약을 하거나 집을 사고, 생활비 등은 부모에게 받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