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마트들이 작년 4분기 '어닝 쇼크(예상보다 부진한 실적)'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나거나 아예 적자로 전환됐다. 최근엔 대형 마트의 새로운 경쟁자인 쿠팡 등 온라인 유통 업체도 영업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급등으로 비용이 급증하고 유통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판매 수익이 급락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이러다가는 국내 유통 업계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바닥 모르는 대형 마트 영업이익

이마트는 14일 발표한 작년 4분기 실적에서 "매출액 4조2260억원, 영업이익 6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9%나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1.5%다. 본전에 내다 판 셈이다.

4분기 수익성 악화는 이상 고온으로 의류와 난방용품 판매가 부진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내내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1993년 서울 창동에 1호점을 낸 후 창립 26년 만에 이런 실적은 처음이다.

롯데마트도 작년 4분기 매출액 1조498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여서 잠정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관계자는 "경쟁 업체와 비슷한 영업이익 급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의 실적 악화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쿠팡 등 온라인 쇼핑 업체의 급성장 탓이 크다. 이 업체들과 최저 가격 경쟁을 벌이면서 마진율이 떨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 업계 역시 좀처럼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쿠팡은 2014년 3485억원이었던 매출이 2017년 2조6846억원으로 무려 7.7배 늘면서 외형은 커졌지만, 영업 적자는 꾸준히 늘며 4년 누적 적자가 1조8727억원에 달했다. 위메프도 매출이 2014년 1259억원에서 2017년 4731억원으로 3.8배 늘었지만 4년 누적 적자는 2768억원을 기록했다.

당분간 더 어려울 듯

유통 업체의 고민은 실적 부진이 일시적이 아니란 점이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인건비만 500억~600억원씩 늘어난다"고 말했다. 새벽 배송·당일 배송 경쟁을 벌이며 물류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또 온라인 쇼핑몰 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물류 센터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 출점이 제한되면서 수익성 높은 신규 점포를 내지 못하는 것도 고민이다. 유통 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적자를 보지 않는 곳은 1~2곳에 불과하다"고 했다.

과열 경쟁이 국내 유통 산업 전반의 '체력'을 떨어뜨리면서 자칫하면 외국 기업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 업체인 아마존은 지난해 90달러(약 10만원) 이상 구매 시 한국까지 무료 배송해주는 이벤트까지 열면서 국내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유통학회 박주영 회장(숭실대 교수)은 "일본에서 2~3년 전에 아마존이 라쿠텐을 제치고 1위 전자상거래 업체가 됐다"며 "외국 거대 유통 업체 진출에 대한 대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수익성 위주로 점포를 재정비하고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3월 '온라인 통합법인'을 출범시켜 온라인 매출을 작년보다 30% 늘릴 것"이라며 "올해 순매출액(연결기준)이 전년 대비 17.8% 증가한 20조8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점포도 확대한다. 롯데마트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쇼핑을 더욱 편리하게 한 '스마트스토어' 등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